판매된 3장 중 1장이 50만원권, 모뉴엘 사태로 다시 도마 위에
가전업체 모뉴엘의 거짓 신화를 가능케 한 금융권 상대 전방위 로비에 다량의 무기명 선불카드(기프트카드)가 사용된 게 알려지면서 기프트카드의 뇌물 수단 논쟁이 재점화하고 있다. 플라스틱 기프트카드는 기프티콘 등 모바일상품권 활성화로 최근 수요가 점차 줄어드는 추세지만 무기명이라는 특징 때문에 뇌물 수단 전용 사례는 끊이질 않고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2002년 삼성카드에서 처음 선보인 기프트카드를 현재 대부분의 카드사들이 판매 중이다. 기프트카드의 이용한도를 기명일 경우 500만원, 무기명일 경우 50만원으로 한정한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금액별로 5만원부터 50만원까지 최대 6개 권종의 기프트카드가 판매되고 있다. 이 중 사실상 최고 한도인 50만원권이 뇌물로 쓰이는 단골 메뉴다. 모뉴엘의 대출 한도 증액 로비에 쓰인 게 바로 이 50만원권이며, 지난해 한국공항공사 직원 뇌물수수 사건에서도 50만원 기프트카드가 등장했다.
2010년에 2조4,000억원 규모까지 성장했던 국내 기프트카드 시장 규모는 지난해 7,700억원대까지 축소됐지만 각 카드사의 고액권 판매 비중은 여전히 높다. 한 기업계 카드사는 지난해 50만원권의 판매 비중이 2013년보다 10%포인트 이상 늘어나며 35.2%(장수 기준)에 달했다. 이어 10만원권(26.1%), 5만원권(25.7%)순이었다. 판매된 기프트카드 3장 중 1장 이상이 50만원권이었다는 얘기다. 또 다른 카드사의 경우에도 50만원권 판매 비중이 20%를 넘었다.
업계에선 50만원권 등 고액권 기프트카드의 경우 대부분 뇌물이나 로비용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종이상품권과 달리 현금처럼 신용카드 가맹점에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만큼, 단순한 선물 용도로 50만원권을 주고 받는 경우는 흔치 않을 거라는 얘기다. 이번에 모뉴엘 역시 담뱃값에 50만원권 기프트카드를 10장, 20장씩 넣어 500만~1,000만원의 뇌물을 전달한 것으로 검찰 수사에서 확인됐다.
하지만 기프트카드와 관련한 여전법상 규제는 개인 구매 금액을 100만원으로 제한한 시행규칙 정도다. 법인 자격으로 구매를 할 경우에는 금액 제한이 없다. 이에 따라 현금 로비에 대한 감시가 강화되는 시대 흐름에 맞게 기프트카드와 같은 현금 대체 거래 수단에 대한 규제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기프트카드는 현금 로비의 대체 수단으로 사용될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음성적 사용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