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은 4륜구동차가 가장 각광받는 계절이다. 지금은 여러 자동차 브랜드가 4륜구동을 내놓고 있지만, 4륜구동 승용차를 대표하는 브랜드는 역시 지프와 랜드로버가 손꼽힌다. 두 브랜드 모두 지금은 도시에서도 부담 없이 쓸 수 있는 4륜구동 차를 내놓고 있지만, ‘어디든지 가고 무슨 일이든 한다’는 모토를 실감케 하는 정통 오프로드 승용차도 여전히 만들고 있다. 지프 랭글러와 랜드로버 디펜더가 그들이다.
지프 랭글러는 오랜 세월에 걸쳐 발전을 거듭한 탓에 1941년에 첫선을 보인 오리지널 지프와는 뼈대에서부터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크게 변했다. 그러나 랜드로버 디펜더는 그 동안 여러 차례 변화를 겪었음에도 1948년에 등장한 오리지널 랜드로버 모델의 분위기가 많이 남아있다. 지금 팔리고 있는 디펜더의 겉모습은 1983년 이후 큰 변화 없이 유지되고 있어, 한결같은 모습과 강인한 이미지로 세계 여러 나라에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다.
랜드로버에게는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어냈다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 차지만, 디펜더라는 이름이 쓰인 기간은 의외로 짧다. 디펜더라 불리기 전에 이 모델에는 별다른 이름이 없었다. 그냥 랜드로버라는 이름 뒤에 앞뒤 바퀴 사이의 거리인 휠베이스를 인치 단위 숫자로 간단하게 표시해 랜드로버 90이나 랜드로버 110과 같이 부른 것이 모델을 구별하는 방법이었다. 세대에 따라 시리즈 I, II, III로 구분되기는 하지만 랜드로버 회사 관계자들이나 일부 애호가들이 편의상 이런 구분을 둘 뿐이었다. 디펜더라는 이름이 처음 쓰인 것은 1990년의 일이다. 지금과 같은 겉모습으로 바뀌고도 7년이나 흐른 뒤였다. 랜드로버의 여러 모델 이름 중 레인지 로버는 1971년부터, 디스커버리는 1989년부터 쓰였으니 그들보다 나중에 새 이름을 얻은 것이다.
1990년 이전까지 별다른 이름이 붙지 않은 이유는 단순했다. 레인지 로버가 나오기 전까지는 오직 한 가지 모델뿐이었고, 나온 후에도 모델 성격과 이름이 뚜렷하게 구분됐기 때문에 따로 이름을 줄 필요가 없었다. 그러다가 랜드로버는 디스커버리를 만들면서 모델이 늘어나는 만큼 혼란을 막기 위해 차의 성격에 따라 이름을 구분해야겠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오리지널 랜드로버에 디펜더라는 이름을 붙이게 된 것이다.
디펜더는 2000년대 들어 끊임없이 생산 중단설이 나와 팬들을 걱정시켰다. 지금 같은 모습을 유지하면 갈수록 강화되는 안전과 환경 규제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랜드로버의 발표도 걱정을 부채질했다. 결국 랜드로버는 2013년 영국에서 디펜더 생산을 올해 12월부터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첫 랜드로버가 생산된 지 67년 만에 오리지널 랜드로버의 혈통을 이은 차가 사라지는 것이다. 랜드로버는 올 한 해 동안 디펜더의 특별 한정 모델을 내놓고 갖가지 기념 행사를 열며 디펜더의 의미를 되새길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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