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아랍의 봄 영향으로 촉발된 이집트 시민 혁명 4주년을 맞은 25일 전국 주요 도시에서 반정부 시위대와 군경이 격렬하게 충돌했다. 이날 충돌로 최소 20명이 사망하고 수십명이 다쳤다고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와 이집트 언론이 보도했다. 이는 지난해 6월 군부 실세 압델 파타 엘시시가 대통령에 공식 취임한 후 시위 도중 인명 피해가 가장 크게 난 것이다.
이집트 보안 당국에 따르면 수도 카이로 동북부 마타리야 지구에서 이날 경찰과 이슬람 시위대가 강력히 충돌하면서 경찰관 1명을 포함, 9명이 숨지고 13명이 다쳤다. 목격자에 따르면 특공대는 시위대를 향해 권총과 소총을 쏘기도 했다. 마타리야는 2013년 7월 군부 쿠데타로 축출된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 기반 세력인 무슬림형제단 지지자가 많은 지역이다. 시위대는 “군사 정권 퇴진” “다시 혁명을 바란다” 등 구호를 외치며 길을 막고 경찰을 향해 화염병을 던졌다.
저녁이 되자 카이로 도심에서는 총성과 사이렌 소리가 들렸고, 인근 하람 거리에서는 정부청사 건물에 불이 났다. 지중해 연안 알렉산드리아와 기자 지역에서도 군경과 시위대 간 충돌로 시위 참가자 4명이 사망했다. 나일 델타주의 베헤이라에선 용의자 2명이 고압송전탑에 설치하려던 폭탄이 터지며 폭사하기도 했다.
이집트 당국은 전날부터 전국 주요 광장과 관공서 주변에서 삼엄한 경계를 펼치며 시위 봉쇄에 나섰다. 카이로 민주화 성지인 타흐리르와 라바, 나흐다 등 주요 광장에는 장갑차를 배치하고 철조망을 설치했지만 다른 곳에서 산발적 시위가 끊이지 않았다. 전날에는 카이로 시내 평화시위에 참가한 여성이 총에 맞아 사망하기도 했다.
신지후기자 h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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