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마리당 A4용지 2/3 불과해
동물 복지·AI 예방 차원 1㎡당 20마리서 18.2마리로
‘마당을 나온 암탉’(2011년)은 24시간 조명이 들어오고 몸을 일으키거나 비틀 수 없을 정도로 좁은 닭장(케이지)에 갇혀 살던 암탉 ‘잎싹’이 자유를 찾아 닭장을 탈출하는 내용을 그린 애니메이션이다. 산란계 대부분은 이처럼 한 마리당 A4용지(0.062㎡) 3분의 2에 불과한 면적에서 날개 한번 펴지 못하고 생을 마친다. 열악한 산란계 사육 환경은 동물복지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조류인플루엔자(AI) 발병을 유발해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한다는 점에서도 문제다. 좁은 공간에서 자란 닭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케이지 내부에 그대로 쌓이는 배설물이 공기 중 암모니아 농도를 짙게 해 닭에 호흡기 장애를 일으키는 등 면역력을 약화시키기 때문이다. 최근 경기 포천시 산란계 양계장에서 발생한 AI가 25일 고병원성으로 확진되는 등 산란계 농장에서 AI가 잇따르고 있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이에 따라 농림축산식품부는 산란계 농장(케이지식)의 최소 면적을 기존 1마리당 0.05㎡에서 0.055㎡로 늘리겠다고 이날 밝혔다. 1㎡당 기를 수 있는 산란계가 기존 20마리에서 18.2마리 정도로 줄어드는 셈이라 그만큼 닭의 생활공간이 넓어진다. 케이지 없이 땅에서 닭을 사육하는 양계장은 1㎡당 9.1마리에서 9마리로 기준이 소폭 강화된다. 또 이 같은 기준을 적용 받는 농가는 면적 15㎡ 이상에서 10㎡ 이상 농가로 확대될 예정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동물복지 증진과 AI 예방 차원에서 유럽연합(EU)과 동일한 기준을 도입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제도 개선이 당장 산란계의 사육 환경을 크게 개선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관련 규정은 전체 농가 면적 대비 사육 마리 수만 규제하고 있는데다 늘어나는 최소 면적도 미미한 규모여서, 농가 입장에선 전체 케이지의 닭 마리 수를 조절하는 대신 몇몇 케이지의 닭 마리 수만 줄여도 새로운 규정을 충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이에 대해 “나머지 대부분의 케이지에서 사육되는 닭의 환경은 전혀 변화가 없는 셈”이라면서 “농가 면적 대비 마리 수가 아닌 케이지 면적당 마리 수로 기준을 바꿔야 실질적인 개선이 이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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