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사표 먼저 던진 이주영 "쓴소리보다 강한 게 옳은 소리"
유승민도 곧 출마 선언할 듯, 수도권 의원들은 오늘 막판 조율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이 유력 후보들의 잇따른 출마 선언으로 본궤도에 올랐다. 일정이 당초 예상보다 100일 이상 앞당겨지면서 구도 자체가 출렁이는 가운데 내년 총선을 앞둔 의원들의 ‘박심’(朴心)에 반응, 뚜렷하게 갈리는 지역간 대결 양상 등이 주요 변수로 거론된다.
이주영ㆍ유승민 양강구도… 친박주류 vs 비주류 대결
원내대표 경선전은 이주영(4선ㆍ경남) 의원과 유승민(3선ㆍ대구) 의원의 양강 구도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두 의원 모두 일찌감치부터 차기 원내대표를 목표로 동료 의원들과의 접촉면을 넓혀 왔기 때문이다. 특히 이 의원과 유 의원이 각각 친박계와 비주류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맞대결은 계파 대결의 양상도 띠고 있다.
이 의원은 25일 출마 기자회견에서 “‘쓴소리’보다 더 강한 것이 바로 ‘옳은 소리’”라며 “국민과 나라를 위한 옳은 소리를 내겠다”고 역설했다. 지난달 23일 해양수산부 장관에서 물러나 뒤늦게 경선에 뛰어든 터라 조기 경선이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19대 국회 들어 두 번이나 원내대표에 도전하면서 표밭을 다졌던 만큼 자신감을 보인다.
이날 미국 방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유 의원은 26일이나 늦어도 27일 출사표를 던질 예정이다. 지난 가을부터 사실상 경선 레이스에 뛰어들었던 터라 조기 경선에 대한 부담은 상대적으로 적다. 한 측근의원은 “그간 꾸준히 의원들을 만나면서 기반을 다져온 만큼 돌발적인 ‘외풍’만 없다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의원이 모두 영남권 출신이란 점에서 수도권 의원들의 행보도 변수다. 친박계인 홍문종(3선) 의원과 비박계인 원유철ㆍ정병국ㆍ심재철(이상 4선) 의원 등은 내년 총선을 감안할 때 수도권 원내대표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막판까지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26일 비공개 모임을 갖고 입장을 정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朴心, 지역간 대결 주목… ‘무대’ 의중도 변수
이번 원내대표 경선의 최대 관전포인트 역시 ‘박심’(朴心)이다. 하지만 이번엔 청와대의 의중과 의원들의 표심이 일치하지 않을 가능성, 즉 박심에 대한 ‘역풍’이 어느 정도냐가 더 관심일 수 있다.
청와대발 문건 유출 사건과 민정수석의 항명 파동에 이어 연말정산 세금폭탄까지 지난 연말부터 이어진 악재에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세까지 겹치면서 내년 총선을 앞둔 의원들의 위기감은 극도로 고조돼 있다. 지난해 7ㆍ14 전당대회에서 비박계인 김무성 대표가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최고위원을 꺾으면서 표면화되기 시작한 박심에 대한 반발 기류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해수부 장관 퇴임 당시 이례적으로 박 대통령으로부터 극찬을 들으면서 “‘박심’이 실렸다”는 평가를 들었던 이 의원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사실 친박이라면 유 의원이 더 친박이라고 할 수 있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인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지역간 대결 구도도 관심사다. 이 의원과 유 의원이 당의 텃밭인 부산ㆍ경남(PK)과 대구ㆍ경북(TK)을 각각 대표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여권 내 맹주 자리를 둘러싼 경쟁구도가 형성됐다는 점에서다.
김무성 대표의 의중도 주요 변수다. 김 대표 입장에선 내년 총선까지 당청관계 등 중요한 길목마다 호흡을 맞출 원내대표가 필요하다. 따라서 원내대표 경선 과정에서 주변 의원들에게 자신의 의중을 직간접적으로 표명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두 의원이 수도권 출신 정책위의장 러닝메이트를 구하고 있는 가운데 수도권 출마자가 있을 경우 판세가 요동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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