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즌도 쉼 없이 10년을 개근… 타고난 점프력에 '코트 위 꽃사슴'
올해 서른 나이 불구 제2 전성기, "후배 문정원·이재영 날 많이 닮아"
‘꽃사슴’ 황연주(29ㆍ현대건설)가 프로배구 V리그로부터 ‘개근상’을 받았다. 여자 선수론 첫 4,000득점 돌파다. 한 시즌도 쉼 없이 10년을 달려왔기에 가능한 기록이다.
황연주는 23일 “성적이 안 좋으면 그냥 사라지는 선수가 될 수도 있는데, 꾸준히 해 왔다는 것 자체가 영광인 것 같다”며 기록 달성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어 “ ‘1호’니까 더 의미를 두고 싶다. 다른 선수들도 시간이 지나면 4,000점을 달성하겠지만 1호는 될 수 없지 않은가”라며 자신의 기록에 대해 깊은 애정을 보였다.
황연주는 V리그 개막과 함께 백어택상, 서브상, 신인선수상을 모조리 휩쓸며 리그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키 177cm에 불과해 배구선수로는 작은 편이지만 점프와 상대의 허점을 파고드는 스파이크로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여기에 타고난 미모도 한몫해 코트위의 꽃사슴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지난 10년간 부동의 국가대표 왼손잡이 라이트 공격수로 자리매김한 황연주는 이 외에도 공격 득점(3,333점), 후위 공격(907점), 서브 득점(345점)에서도 1위에 올라있을 정도로 V리그의 산증인이자, 기록 제조기나 다름 없다.
황연주는 특히 백어택과 서브 기록에 애착을 보였다. 그는 “국내 선수들이 자주 시도하지 않는 백어택이나 서브는 어릴 때부터 애정을 가졌던 기록들이라 기억에 많이 남는다”고 밝혔다. 이어 “득점도 5,000점, 6,000점 채울 때까지 오래오래 선수 생활을 하고 싶다”며 “백어택도 쉽지는 않지만 1,000점을 꼭 채우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황연주에 대해 배구 전문가들은 “프로 데뷔 10주년과 함께 꽃을 활짝 피우고 있다. 이번 시즌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오랜 기간 앞만 보고 달려온 황연주는 2012년 런던올림픽부터 한동안 부상으로 실력 발휘를 하지 못했다. 20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살이 쪄 예전 같지 않다는 주위의 쓴소리도 견뎌내야 했다. 황연주는 “올 시즌은 팀 성적이 좋다 보니 더불어 술술 풀리는 것 같다”며 몸을 낮췄다. 황연주의 소속팀 현대건설은 지난 시즌 5위에서 올 시즌 2위로 올라서 있다.
올해 우리 나이로 서른에 접어든 황연주는 40대 장년 선수들과 10대 선수들이 어우러지는 여자 프로배구에 한 가운데 있는 선수다. 불혹의 나이에도 활약하는 선배들에게 경외심을 느끼기도, 팔팔한 어린 공격수들에게 자극도 받을 만한 나이다. 하지만 황연주는 좀 더 큰 그림을 그렸다. 그는 “언젠가는 선수 교체와 세대 교체가 계속 이루어지기 마련”이라며 “배구 선수 수급이 다른 종목에 비해 많지 않다. 어린 선수들이 더 많이 치고 올라와야 배구 발전을 위해 좋다”고 설명했다.
눈길이 가는 후배로는 한국도로공사의 문정원(23)과 흥국생명의 이재영(19)을 꼽았다. 황연주는 문정원은 나랑 같은 포지션에 왼손잡이라 비슷한 점이 많다. 게다가 단신이라며 국가대표 주전 자리를 물려줄 만한 선수로 꼽았다.
또 이재영에 대해서는 “엄청나게 주목 받고 있는 것 같다. 내 어릴 적과 비슷한 것 같아서 옛날 생각이 난다”며 웃었다.
25일 황연주는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V리그 올스타전에 나섰다. 꾸준히 출전해온 올스타전이지만 다음 경기에 대한 부담은 여전했다. 황연주는 “장충체육관이 새롭게 단장된 걸 보니 기분이 좋다”면서도 “장충체육관의 홈팀인 GS칼텍스와 경기를 치러야 하는 곳이라고 생각하니 한편으론 부담된다”고 말했다.
이현주기자 memor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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