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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뉴엘의 불법 대출, 8억 뇌물로 만든 3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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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뉴엘의 불법 대출, 8억 뇌물로 만든 3조원

입력
2015.01.25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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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만원 기프트카드 애용하고 하루 술값에만 1200만원 쓰기도

주로 무보·한국수출입은행에 뇌물, 무역보험·수출금융 한도 증액받아

은행이 받지 못한 대출금 5500억, 박홍식 대표 등 사기협의 추가 기소

‘1조원대 허위수출’로 파문을 일으킨 가전업체 모뉴엘이 한때 한국의 ‘히든 챔피언’으로 승승장구했던 배경에는 금융권을 향한 문어발식 금품 로비가 있었던 것으로 검찰 수사결과 밝혀졌다. 7년간 모뉴엘이 무려 3조4,000억원의 불법 대출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8억원이 넘는 뇌물 무차별 살포의 결과였다.

25일 검찰에 따르면 박홍석(53ㆍ구속기소) 모뉴엘 대표의 로비 행태는 기발하기 짝이 없었다. 뇌물로는 주로 500만원~1,000만원 상당의 기프트카드(선불카드)가 애용됐는데, 담뱃갑이나 비누갑에 담아 전달하는 수법이 쓰였다. 5만원권 현금을 과자상자나 와인상자, 티슈통 등에 가득 채운 뒤 면세점 쇼빙백에 넣어 건네기도 했다.

계좌송금도 ‘감시의 눈’을 피해 교묘하게 활용됐다. 조계륭(61) 전 한국무역보험공사(무보) 사장이 현직에서 물러나자 모뉴엘 협력사와 허위 고문계약을 체결토록 한 뒤 해당 업체를 통해 매달 300만~400만원씩의 고문료를 지급한 게 대표적이다. 모뉴엘과 금품 수수자 양쪽의 해외 계좌를 통해 뇌물을 전달하는 경우도 있었다.

고급 술집에서의 향응 접대도 상식을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하루 술값에만 1,200만원이 지출된 적도 있었고, 로비 대상들이 개인적으로 마신 술값 대납도 일상적이었다.

이렇게 뿌려진 ‘검은 돈’은 검찰 수사로 확인된 것만 8억600만원에 달했다. 모뉴엘의 뇌물 공세는 주로 무보나 한국수출입은행을 향했다. 기업의 해외수출 장려 및 무역금융을 지원하는 이들로부터 무역보험ㆍ수출금융 한도를 증액받기 위해서다. 실제로 모뉴엘의 무역보험 한도는 2011년 8,800만달러에서 2013년 2억8,700만달러로 뛰었고, 수출금융 여신한도 또한 2011년 40억원에서 지난해 1,131억원까지 늘어났다. 이처럼 한도가 늘자 모뉴엘은 홈씨어터 컴퓨터(HTPC) 가격 부풀리기, 수출대금 채권 판매 등의 수법으로 2007년 10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시중은행 10곳에서 총 3조4,000억원을 불법 대출을 받아 ‘돌려막기’를 했다. 채권 상환기한이 다가오면 또 다른 허위수출을 꾸미는 수법이었다. 그 결과 은행들이 아직도 받지 못한 대출금은 5,500억원에 달한다고 검찰은 전했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부장 김범기)는 지난 23일 박 대표와 신모(50) 부사장, 강모(43) 재무이사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추가기소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앞서 지난해 11월 1조2,000억원대 허위 수출입신고 등 혐의로 구속기소돼 재판에 계류돼 있는 상태다. 박 대표에게서 금품을 받은 혐의로는 조 전 사장을 비롯한 무보 전ㆍ현직 임직원 5명과 수출입은행 2명, 세무공무원 1명 등 총 9명이 구속 또는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미국으로 도주한 무보 전 영업총괄부장 정모(48ㆍ1억1,800여만원 수수 혐의)씨에 대해선 미국 사법당국에 범죄인 인도를 요청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국책 금융기관 일부 임직원의 심각한 도덕적 해이로 인해 제도의 근본 취지가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말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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