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은 다른 암보다 유병기간이 길고, 암세포 성장속도가 느리다. 그래서 10년이 지나도 재발이나 전이가 많이 돼 생존기간을 늘리기 위한 치료가 필요하다. 그러나 그 동안 1~2차 치료에서 탁산, 안트라사이클린 계열 등 약물을 사용한 이후 생존기간을 늘리거나, 삶의 질을 유지하며 치료할 수 있는 대안이 없었다.
한국에자이의 유방암 치료제 ‘할라벤’(성분명 에리불린 메실산염ㆍ사진)은 생존기간을 연장을 입증한 유일한 단일제제다. 대규모 임상시험을 통해 새로운 치료 대안 가능성을 증명했다. 해면 추출 성분의 구조를 변형한 비탁산 미세소관 억제제인 할라벤은 독특한 바인딩 프로파일로 다른 미세소관 억제제에 저항성을 지닌 환자에게도 유효성을 나타낸다.
19개국 전이성 유방암 환자 76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대규모 임상시험에서 할라벤을 투여한 전이성 유방암 환자군(508명)의 평균 생존기간은 13.2개월로 대조군(254명)의 10.5개월보다 평균 26% 늘어났다. 1년 경과 후 생존율도 할라벤 치료군은 54.5%, 대조군은 42.8%로, 할라벤 치료군 생존율이 더 높았다.
전반적 생존기간 연장과 함께 유방암 환자의 편의성도 최대화했다. 단일제제로 예비투약 및 예비배합이 필요하지 않아 이로 인한 과민 반응이 생길 위험을 줄였다. 기존에 흔히 사용되는 항암 화학치료제 병용요법은 부작용 빈도가 높아 유방암 환자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주 원인으로 꼽혀왔다. 투약시간이 30분~1시간 걸리는 기존 치료제와 달리 정맥 투여 시간이 2~5분 정도로 아주 짧아 환자가 병원에 머무는 시간을 줄인 것도 할라벤이 가진 장점이다.
할라벤은 안트라사이클린계와 탁산계 약물을 포함한 최소 두 가지의 화학요법으로 치료를 받은 적 있는 국소 진행성 혹은 전이성 유방암 환자를 위한 3차 치료법으로 적응증을 받아 2013년 1월 국내 판매를 시작했다. 최근 HER2 음성 환자의 2차 치료제로 적응증을 확대 승인 받아 더 많은 환자에게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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