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모(72) 할머니는 다리가 저려 걷기 힘들다. 눕거나 앉아있으면 증상이 없지만 서서 걷기 시작하면 양측 종아리가 당겨지고 터질 것 같더니 발목까지 아프다. 요즘 발바닥까지 저리고 무감각해져 걷는 거리가 짧아져 걷지도 못할까 두려워진다.
병원에서 자기공명영상(MRI)을 찍고 진찰하면, 척추관협착증인데 심하지 않으니 수술할 단계는 아니고 약이나 들라고 하고, 나이가 많아 그런 거라며 참고 살라고만 한다. 하지만 약을 먹거나 신경 차단 주사를 맞아도 그 때만 효과가 있고 점점 심해져 50m 걷기도 힘들다. 이제는 걷지도 못할까 불안하기만 하다.
척추관협착증 증상은 있지만 MRI 등으로 검사해도 잘 나타나지 않기도 한다. 이런 경우는 체위성 척추관협착증을 생각해 봐야 한다. 체위성 척추관협착증은 자세에 따라 신경통로가 좁아져 나타나는 현상이다. 서있거나, 걸을 때 몸의 하중이 척추로 내려가 척추 신경을 눌러 나타나는 척추관 협착증이다. 따라서 걸을 때는 증상이 나타나지만 누워있거나 앉아있을 때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이러한 체위성 척추관협착증은 나이가 들수록 많아지는데, 이는 나이가 들수록 척추뼈를 지지해주는 연골이나 인대가 퇴행성 변화로 인해 헐거워져 불안정해 지기 때문이다.
젊은 층의 척추를 이루는 연골이나 인대는 수분함량이 80% 이상 차지하기 때문에 탄성으로 인해 서서 걷거나 앉아있어도 정상 형태를 유지한다. 나이 들면서 수분 함량이 떨어지면 탄성이 없어져 서있거나 걸을 때 몸의 하중으로 인해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가 좁아지거나, 어긋나면 신경을 압박하게 된다. 체위성 척추관협착증이 많이 생기는 부위는 5번 척추와 골반 사이로 요추 5번 신경이 지나가는 부위다. 이 쪽의 신경이 압박되면 종아리가 터질 듯 하고 발목이 아파지며, 심해지면 발바닥까지 무감각해진다.
체위성 척추관협착증을 진단하기 힘든 것은 움직이는 상태로 검사하기 쉽지 않아서다. X선을 찍을 때 허리를 구부렸다 폈다 하며 찍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을 보기 위함이다. X선을 찍을 때도 누워 찍는 경우보다 서서 찍는 것이 진단이 정확하다. MRI는 움직이면서 촬영이 불가능했지만, 정확한 진단을 위해 MRI도 서서 구부렸다 폈다 하면서 찍을 수 있는 것도 개발됐지만, 아직 국내에 보급되지 않고 있다. 진단이 확실하지 않으면 신경 차단술을 하기도 한다. 일시적으로 스테로이드와 부분마취제를 혼합한 약물을 압박된 신경 주위에 주사하면 압박된 신경의 부종이 줄어 일시적으로 증상의 호전이 올 수 있기 때문에 어느 신경이 눌렸는지를 알 수 있는 방법이다.
진단만 정확해지면 치료는 일반 척추관협착증의 치료와 동일하다. 초기 신경 압박보다는 일시적인 압박으로 인한 부종으로 증상이 나타날 때는 비수술적 보존치료로 충분하다. 하지만 이러한 비수술적 치료가 실패하면 신경 감압술이 필요하다. 구부렸다 폈다 할 때 X선상 변화가 심하지 않으면 최소 절개의 미세 감압술 만으로 충분하다. 하지만 변화가 심하면 척추 고정술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퇴행으로 인해 약해진 척추는 서있거나 몸을 구부리거나 펼 때 신경 통로가 좁아져 신경을 압박해 척추관협착증 생긴다. 5번 요추와 골반 사이 신경은 통로가 더 쉽게 좁아지고, 찌부러진 디스크가 신경을 더욱 누르게 돼 척추관협착증이 쉽게 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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