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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계자 살만, 서구에 우호적… 선왕 정책 계승할지 촉각

입력
2015.01.23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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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과 핵협상 나선 美·IS도 변수… 美의 대중동 정책에 협력 절대적

23일 타계한 사우디아라비아의 압둘라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국왕 후계자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왕세제. 로이터 연합뉴스
23일 타계한 사우디아라비아의 압둘라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국왕 후계자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왕세제. 로이터 연합뉴스

중동의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압둘라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국왕 타계에 따른 중동 정세의 변화 방향에 전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당장 큰 변화는 없겠지만 이슬람국가(IS) 등 역내 정세를 흔드는 변수들이 산재해 사우디의 향후 행보에 따라 중동이 출렁거릴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AFP통신 등 주요 외신은 사우디 왕실이 “압둘라 국왕이 23일 타계했다고 밝혔다”고 이날 보도했다. 9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압둘라 국왕은 2005년 이복 형인 5대 국왕 파흐드 국왕의 뒤를 이어 2005년 8월 81세의 나이로 제6대 왕위를 물려받았다. 압둘라 국왕은 폐렴으로 입원 치료를 받아왔다. 압둘라 국왕의 후계자는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80) 왕세제다. BBC는 “압둘라 국왕의 죽음은 그리 놀랄 일이 아니지만 사우디 입장에서는 역사적이고 슬픈 순간”이라고 보도했다.

사우디는 경제적으로 최대 원유 수출국이며 종교적으로 수니파 이슬람 종주국이다. 지정학적으로 중동 패권 구도의 중심에 서있다. 압둘라 국왕의 타계로 사우디의 정책기조가 어떻게 변하느냐에 따라 중동 질서도 크게 변할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당장 중동 정세가 요동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고령의 국왕이 수년 전부터 지속적인 입원 치료를 받으면서 후계 구도가 1년 전부터 그려졌고 신임 국왕이 선대 국왕의 정책기조를 고수할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23일 지병으로 타계한 압둘라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국왕은 중동 질서의 안정을 유지해 온 개혁성향의 군주였다. 로이터 연합뉴스
23일 지병으로 타계한 압둘라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국왕은 중동 질서의 안정을 유지해 온 개혁성향의 군주였다. 로이터 연합뉴스

사우디 왕가 소유 방송사 사우디 알 아라비아의 자말 카쇼기 회장은 로이터통신에 “살만 국왕이 선왕의 개혁 조치가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이를 계승할 것”이라고 말해 정책적으로 큰 변화가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서정민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단기적으로 정치적 불안정성은 낮아 미국과 이해관계국들이 긴장하는 정도”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사우디 주변 정세가 만만치 않아 사우디의 정책 변화 가능성도 열려 있다. 전통의 우방인 미국이 시아파 종주국이자 사우디의 라이벌인 이란과 핵 협상에 나서면서 최근 대미관계가 껄끄러워졌다. 이라크와 시리아를 근거지로 세력을 확장 중인 IS도 주요 변수다. IS는 왕정 타파와 반미를 내세우며 사우디 왕실에 적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친이란계 시아파 민병대 후티의 정변에 따른 예멘 정정의 혼란도 최근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며 사우디를 압박하고 있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압둘라 국왕이 예민한 시점에 세상을 떠나면서 사우디를 혼란에 빠뜨렸다”고 분석했다.

사우디를 통해 중동 내에서 자국 이익을 챙겨온 미국 정부는 향후 사우디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우디는 미국 주도 IS 격퇴전에 참여하는 아랍 국가들을 선도하고 있다. 사우디는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 축출에도 적지 않은 역할을 할 수 있어 미국의 대 중동 전략 실행에 있어 사우디의 협력이 절대적이다.

압둘라 국왕은 재위 기간 중동의 강력한 미국 우방으로서 친미 정책을 유지했다. 포린폴리시는 “압둘라 국왕은 중동 대부분 지역이 폭력과 급속한 정치적 변화에 휘둘리던 시절에 비교적 안정적으로 국가를 운영했다”면서 “신임 국왕이 같은 역할을 해낼 수 있는가에 사우디와 중동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살만 국왕이 장기적으로는 어떤 입장을 취할지 몰라 미국 정부가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각의 우려와 달리 살만 국왕이 종파와 부족간 이해 조정에 뛰어나고 서구와의 우호적 관계 유지를 통한 사우디의 이해 관철에 능수능란하다는 평가도 따른다. 살만 국왕이 미국과 실용 외교를 펼친다면 양국의 이익이 보전되고 중동 질서가 안정적으로 관리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많다.

왕위를 이어받은 살만(왼쪽) 국왕의 향후 행보에 따라 중동 정세에 변화가 올 수도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왕위를 이어받은 살만(왼쪽) 국왕의 향후 행보에 따라 중동 정세에 변화가 올 수도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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