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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유로 양적완화 가속… 세계통화전쟁 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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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유로 양적완화 가속… 세계통화전쟁 대비해야

입력
2015.01.23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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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중앙은행(ECB)이 22일 대규모 양적완화를 결정했다. ECB는 3월부터 내년 9월까지 국채 매입을 통해 매달 600억유로(75조5,340억원)의 유동성을 시중에 공급한다. 총 1조1,400억유로(약 1,435조원)로 한국의 일년 예산(376조원) 4배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다. ECB는 3월부터 유로존 회원국 국채와 민간부문의 각종 채권을 매입한다. 매입 대상은 자산담보부증권(ABS), 커버드본드를 포함해 2∼30년 만기물의 각종 채권이다. 채권매입을 통해 시장과 기업 개인에게 돈이 흘러 들어가 경기를 부양시키는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내년 9월은 양적완화를 시행하는 최소한의 기간이며 물가상승률 목표(2%)에 도달할 때까지 채권을 사들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무기한 돈을 풀겠다는 것이다. ECB가 충격적인 양적완화에 나선 것은 유로존 경기가 침체에서 좀처럼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기준 유로존 평균실업률은 11.5%, 지난해 3분기 경제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0.2%에 머무르고 있다. 유가 하락으로 물가상승률이 지난해 12월 마이너스0.2%로 기록되면서 디플레이션 우려도 커지고 있다.

ECB의 양적완화 소식에 주식시장 등에서 일단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돈을 풀어도 시중에 돌지 않고 투자와 소비가 제자리 걸음을 하는 유동성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이유다. 더욱이 이 돈이 부동산 등으로 몰리면 엉뚱하게 자산가치만 올려놓게 된다. 특히 독일의 경우 양적완화를 시행하면 유로존 내 일부 국가들이 구조개혁을 게을리하고 무책임하게 돈을 써버릴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미 일본이 양적완화 조치를 취한 상황에서 유럽의 돈까지 풀릴 경우 세계가 통화전쟁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우리나라 등 상대적으로 경제규모가 크지 않은 국가들은 통화전쟁의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중국 외환당국도 “세계 주요 화폐의 환율에 영향을 미쳐 국제금융시장에서 환율의 진동 폭이 커져 신흥시장에서 외화 유출입 관리와 환율 예측에 어려움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국제유가 급락으로 가뜩이나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국제금융시장이 리스크에 민감해졌다”며 “충격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ECB의 양적완화에 따른 리스크 관리에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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