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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의 길 위의 이야기] 혼자의 두 얼굴

입력
2015.01.23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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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에게 좋지 않은 일이 닥쳤다는 소식을 들었다. 근무 중 잠깐 나와 전화를 하는데 받지 않았다. 꼭 연락을 달라는 문자를 보낸 후 다시 올라오니 도무지 일이 손에 잡히질 않았다. 그는 지금 어떤 심정일까. 누구에게 제 속마음을 시원하게 털어놓기는 했을까. 한숨이 푹푹 새어 나왔다. 답답한 마음에 찬물을 들이켜고 다시 전화를 걸었다. 여전히 묵묵부답이었다. 한참 후에 문자가 왔다. “말할 기운이 없는 건 아닌데 말하고 싶은 기분이 아니야. 너한테까지 괜찮은 척하고 싶지 않아서 전화는 안 받았어. 혼자 있고 싶다.” 그 말을 듣고 나니 마음이 더 무거워졌다. 그는 내가 아는 한, 가장 유쾌한 녀석이었다. 그 일이 있었다는 소식을 들은 후, 분명 여기저기서 위로 전화를 받았을 것이다. 그는 안간힘을 다해 자신이 잘 견디고 있으니 걱정 말라고 외려 상대를 달래줬을 것이다. 그는 그런 친구다. 그래서 아마 괜찮다고 말하면 말할수록 더욱 힘들어졌을 것이다. 마음과 다른 말은 그 마음에 병을 안겨주게 마련이다. 결국 그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싶었을 것이다. 때로 자신이 감당하지 못할 엄청난 일이 닥치면 어떤 말도 하고 싶어지지 않는다. 애를 쓰고 싶어지지 않는다. 그저 혼자 있고 싶은 것이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고 하지만 혼자 들고 가야 하는 종이도 있다. 혼자는 ‘홀로’를 뜻하기도 하지만 ‘스스로’를 뜻하기도 한다. 그럴 때는 스스로 일어날 때까지 묵묵히 기다려주는 게 예의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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