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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 대통령 내각 사퇴, 남부 분리독립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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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 대통령 내각 사퇴, 남부 분리독립 움직임

입력
2015.01.23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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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아파 반군 후티의 압박으로 대통령직을 사퇴한 하디 예멘 대통령이 1년 전인 지난해 1월21일 사나에서 열린 민족대화회의의 마무리 발언을 하고 있다. 사나=AP 연합뉴스
시아파 반군 후티의 압박으로 대통령직을 사퇴한 하디 예멘 대통령이 1년 전인 지난해 1월21일 사나에서 열린 민족대화회의의 마무리 발언을 하고 있다. 사나=AP 연합뉴스

시아파 반군 후티(안사르 알라)의 무력을 동원한 압박에 압드라부 만수르 하디 예멘 대통령과 내각이 22일 모두 사퇴했다. 반군의 무력행사와 대통령 사퇴가 이어지면서 예멘 정국은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소용돌이로 빠져들게 됐다.

AFP통신과 중동 언론 등은 하디 대통령이 이날 야히아 알라이 의회 의장에게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담은 서한을 전달했다. 알라이 의장이 일단 이를 거부했으며 이와 관련, 23일 오전 긴급 의회를 소집한다. 예멘 현행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과 총리 유고시 의회 의장이 직무를 대행한다.

하디 대통령은 이 서한에서 “(후티가 사나를 점령하고 휴전을 합의한) 지난해 9월21일 이후 평화적 권력이양 과정이 영향을 받았다”며 “고통을 견뎌왔지만 더는 그 목적을 이룰 수 없다는 점을 알게 됐다”고 사퇴 이유를 밝혔다. 칼리드 아흐푸드 바하흐 총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리(내각)는 현재 일어나고 있고 앞으로 일어날 상황에 엮이고 싶지 않다”며 “무법적이고 비건설적인 정치의 심연에 끌려들어 가지 않기 위해 사퇴한다”고 사의를 표했다.

하디 대통령은 정치적 실권을 쥔 시아파 반군 후티가 19, 20일 대통령궁과 사저, 총리 공관 등 주요 시설을 무력으로 장악, 사실상 쿠데타를 시도하자 21일 권력분점, 신헌법 초안 수정 등 후티의 요구사항 대부분을 수용키로 합의했다. 후티는 무력행사 당시 하디 대통령에게 공개적으로 사퇴를 요구하지는 않았다.

알자지라방송은 후티 측 고위간부 알리 알이마드가 예멘 의회의 합법성을 인정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사태 해결을 위해 민간과 군, 각 정파로 구성된 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이 방송은 또 후티가 장관과 고위 공무원의 출국금지 명단을 발표했다고 전했다. 예멘 현지 언론 예멘업데이트는 후티의 무장대원이 수도 사나 시내 곳곳에 배치돼 만일의 사태에 대비 중이라고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2012년 2월 ‘아랍의 봄’ 시위로 독재자 알리 압둘라 살레 전 대통령이 물러나자 여러 정파의 합의를 통해 부통령이던 하디가 과도정부의 대통령에 올랐다. 그는 애초 2년간 과도정부를 이끌며 새 헌법을 마련해 이를 토대로 새 총선과 대선을 실시, 정권을 새 정부에 이양한다는 방침이었으나 헌법 초안 마련을 위한 범국민대화위원회가 지연되면서 임기가 올해 초까지 최소 1년 연장됐다.

이후 하디 대통령과 후티는 갈등 끝에 지난해 11월 내각을 구성에 합의했지만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지 못했다. 하디 대통령은 현재 사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디 대통령과 내각이 총사퇴하면서 분리주의 세력의 활동이 활발한 예멘 남부의 분리 독립 움직임은 긴박해지고 있다.

AFP통신은 예멘 제2도시 아덴시가 있는 아덴 주를 비롯해 아브얀, 라헤즈, 달레흐 등 남부 4개 주를 관할하는 군사안보위원회가 이날 수도 사나의 정부군 명령을 거부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위원회는 4개 주의 주경찰과 군대에 경계태세를 발령하고 각 주지사의 명령에만 따르라고 지시했다.

남부 지역은 아브얀 출신인 하디 대통령의 지지기반이다. 후티가 대통령궁과 사저를 장악하자 아덴주는 공항과 항구를 21일 하루 동안만 폐쇄했다. 이들 4개 주는 1990년 남북통일 이전 남예멘에 속했던 지역으로 분리주의 운동이 활발하다.

예멘 현지언론에 따르면 남부 분리주의 운동을 주도하는 국내외 지도자들이 23일 이번 급변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긴급회의를 열 예정이다. 현지 언론 예멘업데이트는 4개 주 외에 샤브와, 하드라마우트, 타이즈, 마리브 주 등 남부와 중부의 다른 주도 후티가 장악한 사나 정부와 분리를 선언했다고 보도했다. 분리주의 세력의 중심단체인 ‘남부운동’의 설립자 나세르 알누바는 이날 남부의 독립을 선언했다.

하디 대통령을 지지하는 미국 국무부는 이날 예멘과 관련한 보도의 사실 여부를 확인 중이라고 말했지만 사태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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