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음모죄, 실행 합의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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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음모죄, 실행 합의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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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2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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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기준 처음으로 제시

내란 선동은 위험성 인정되면 유죄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의 내란음모 혐의에 무죄를 확정하며 대법원은 “내란음모죄가 인정되려면 ‘실행을 위한 공통된 합의’가 있어야 한다”는 기준을 처음 제시했다.

대법원은 “이 전 의원 등의 행위가 대한민국의 정치체제와 헌법이념을 부정해 비난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만으로 양심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헌법상 보장과 죄형법정주의 원칙을 양보해선 안 된다”고 전제했다. 내란선동 및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도 충분히 처벌 가능한 상황에서, 엄벌 필요성 때문에 내란음모죄 적용 범위를 확장하는 것은 법의 정신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내란음모죄의 경우, 공격의 대상과 목표가 설정돼 있고 실행 계획에 있어 주요 사항의 윤곽을 공통적으로 인식할 정도의 합의가 있어야 성립된다”고 유죄 인정을 위한 구체적 요건을 제시했다. 즉 회합 참석자들이 이 전 의원의 발언에 호응해 선전전ㆍ정보전 등을 논의하긴 했지만 내용의 구체성이 떨어져 실행을 합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대법원은 이어 내란음모의 주체로 지목된 지하혁명조직(RO) 역시 객관적 증거로 실체를 인정할 수 없어, 더더욱 내란음모를 유죄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대법원은 “제보자의 진술을 뒷받침할 객관적인 자료가 부족하고, 회합 참석자 130여명이 RO 조직에 언제 가입했고, 어떤 활동을 해 왔는지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RO가 존재한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신영철, 민일영, 고영한, 김창석 대법관은 다수의 결론에 반대하면서 “내란 실행에 대한 합의의 구체성이 떨어지더라도 실행될 가능성이 클 경우 내란음모죄로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신 대법관 등은 “비밀 회합에서 전쟁 발발 시 국가기간시설의 파괴, 통신교란, 폭탄 제조법 및 무기탈취 등의 이야기가 오간 것은 ‘구체적인 방법’을 논의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실질적 위험성이 있다는 측면에서 내란음모죄는 유죄”라고 강조했다.

대법원은 내란선동죄에 대해선 성립 요건을 좀 더 폭넓게 해석했다. 대법원은 “선동 단계에선 장소, 대상, 역할분담 등 주요 내용이 구체적으로 제시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며 “내란에 이를 수 있을 정도의 폭력적인 행위를 선동하고, 피선동자에게 내란 결의를 유발하거나 증대시킬 위험성이 인정되면 유죄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를 근거로 “(이 전 의원 등의 발언으로) 참석자들이 전쟁 발발 시 북한에 동조해 통신ㆍ유류ㆍ철도ㆍ가스 등 국가기간시설을 타격하거나 기능을 정지하는 방법 및 그 수단으로서의 무기의 제조 및 탈취, 협조자 포섭 등을 논의한 이상 유죄로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인복, 이상훈, 김신 대법관은 “회합의 진행 경위 및 사후 정황 등에 비춰 볼 때, 이 의원 등의 선동에 따라 내란이 실행될 실질적 위험성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검사의 증거만으로는 이 의원 등의 행위가 너무 추상적이라 유죄 입증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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