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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너스가 아니다

입력
2015.01.22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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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쟁이에게 연말정산은 한 해 동안 쓴 돈을 최대한 부풀려 세금의 원천인 소득을 최소화하는 일이다. 이 작업을 잘 하면 강제로 걷힌 세금의 일부를 정부로부터 돌려받을 수 있다. 조세 저항은 유서 깊은 불신 탓이다. 국가는 서민복지 대신 엉뚱한 곳에 세금을 쏟아 붓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부자한테 더 이로운 게 공제다. 언제까지 그들을 위한 저항을 지속할 텐가. 사진은 국세청 사이트 화면을 보면서 연말정산 관련 자료를 정리 중인 한 직장인. 왕태석 기자 kingwang@hk.co.kr
월급쟁이에게 연말정산은 한 해 동안 쓴 돈을 최대한 부풀려 세금의 원천인 소득을 최소화하는 일이다. 이 작업을 잘 하면 강제로 걷힌 세금의 일부를 정부로부터 돌려받을 수 있다. 조세 저항은 유서 깊은 불신 탓이다. 국가는 서민복지 대신 엉뚱한 곳에 세금을 쏟아 붓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부자한테 더 이로운 게 공제다. 언제까지 그들을 위한 저항을 지속할 텐가. 사진은 국세청 사이트 화면을 보면서 연말정산 관련 자료를 정리 중인 한 직장인. 왕태석 기자 kingwang@hk.co.kr

국가는 강도였다. 서민을 수탈했다. 증세를 막는 기억이다. 푼돈도 아깝다. 삭감만 능사다. 하지만 자해다. 부자는 목돈을 아낀다. 복지가 요원해진다. 걷힌 돈이 잘 쓰이게 감시하자.

“기본적으로 연말정산을 통한 환급은 ‘세금을 낸 사람’에게 해당되고 당연히 세금을 많이 낸 사람, 즉 소득이 높을수록 유리하다. (…) 박근혜 정부가 기존 소득공제 중심체계를 세액공제 중심으로 바꾸면서 그나마 고소득층에 유리한 규정이 다소 바로잡히긴 했지만, 13월의 보너스니 연말정산을 통해 환급이 줄었느니 하는 불만의 목소리는 사실 우리나라 전체 급여생활자 중 상위권을 차지하는 이들만의 ‘풍족한 불평’인 경우가 많다. (…) 사실 한달에 200만원 버는 사람이나 1000만원 버는 사람이나 부양가족이 있으면 교육비, 의료비 똑같이 들어가기 마련이고, 소득이 적은 사람에게 부담은 훨씬 클 수밖에 없다. 만약의 경우를 대비하는 각종 보험이나 노후를 위한 연금보험상품 등에 가입할 여유가 없는 저소득층이 허다한데, 정부는 각종 사보험상품 납입액에 상당한 공제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 이런 식의 각종 공제제도는 소득 격차를 더 벌어지게 만드는 원인 중 하나이다. (…) 부양하는 아이가 있다고 세금공제 하지 말고 어린이 수당을 지급하라. 교육비 썼다고 환급해주지 말고 그 돈으로 고교 무상교육부터 시행하라. 병원비 많이 썼다고 세금 공제 말고 국민건강보험에 세금을 써라. ○○생명의 연금보험에 불입했다고 세금 깎아주지 말고 그 돈으로 기초연금을 올려라. ‘지출’했다고 ‘세금’을 돌려줄 생각하지 말고 ‘세금’으로 ‘지출’ 자체를 줄이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대다수 국민의 이익이며 올바른 복지국가의 방향이다.”

-13월의 보너스? 포기하고 함께 살자!(한겨레 ‘왜냐면’ㆍ김형모 청년유니온 조합원(회사원)) ☞ 전문 보기

“샐러리맨들은 소득을 올리기 위해 비용을 쓰게 마련이다. (…) 세금을 매기는 기준 금액(과세표준)은 이렇게 총소득에서 들어간 비용을 빼서 산출한다. 과세당국, 곧 정부는 각 샐러리맨들이 연간 어느 정도 비용을 쓸지 알 수 없다. 때문에 과거에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소득 구간별로 매월 떼는 세금을 일단 정한다. 이게 매년 초에 기획재정부가 발표하는 간이세액표다. 기업에서는 이 간이세액표를 바탕으로 매월 종업원들의 월급에서 세금을 원천징수한다. 간이세액표를 기준으로 떼 간 세금이 연말정산 후 확정 세액보다 많으면 샐러리맨은 차액을 돌려받는다. 그 반대면 오히려 세금을 추가로 내야 한다. 이런 연말정산이 올해 정치 이슈로 폭발한 것은 세법 개정으로 인해 돌려받는 세금액이 줄거나, 오히려 토해 내는 경우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2014년 소득분부터 처음 적용되는 이 개편안으로 정부가 돌려주지 않을 세금은 약 8600억원에 달한다. 약 205만 명이 세금을 더 내게 된다.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인 ‘증세 없는 복지 확대’와는 거리가 먼 사실상 증세인 셈이다. (…) 정작 비판받아야 할 대목은 따로 있다. 현재 우리 사회의 가장 큰 숙제는 ‘저출산과 고령화’ 해법 찾기다. (…) 젊어서는 아이 안 낳고, 늙어서는 가난에 시달리는 인생에서 어떤 행복을 꿈꿀 수 있겠는가. (…) 모든 국가 정책은 출산을 장려하고 노후 대비를 하는 데 도움을 주는 쪽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개정된 연말정산제도는 이런 방향과는 완벽하게 거꾸로 갔다. 6세 이하 아이를 여럿 두면 지난해와 비교해 세금 환급액이 줄거나, 오히려 토해 내야 한다. 여기에 양육비 공제와 출산공제는 없어졌다. 자녀를 여럿 낳았는데도 도리어 세금을 더 내게 됐으니 납세자는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노후를 대비해 연금펀드·연금저축 등에 가입해도 세금 환급액이 줄기는 마찬가지다. 종전에는 400만원 한도까지 소득공제를 받았지만 올해부터는 12%의 세액 공제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노후 대비를 많이 할수록 세금을 더 내야 하는 꼴이 됐다. 중산층은 뒤통수를 맞은 셈이다. (…)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바꾼 게 틀린 건 아니다. 부자에게 돌아가는 세금환급을 줄이고 저소득층에게 혜택을 좀 더 주는 방향은 맞다. 다만 새 연말정산 제도는 ‘저출산, 고령화’ 같은 국가적 과제를 소홀히 했다. 오히려 역주행했다. 국민과의 소통도 실패했다. 제도를 충분히 설명하고 알리는 시간도 없었다. 이젠 서두르지 말자. 천천히 가더라도 제대로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연말정산’을 정산하라(1월 21일자 중앙일보 ‘세상읽기’ㆍ김종윤 중앙SUNDAY 경제산업에디터) ☞ 전문 보기

* ‘칼럼으로 한국 읽기’ 전편(全篇)은 한국일보닷컴 ‘이슈/기획’ 코너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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