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 경영 지침 담아 제작… 팔찌도
코오롱그룹 직원들의 가슴에는 독특한 배지가 달려있다. 회사 로고나 이름이 새겨진 여느 기업 배지와는 디자인이 사뭇 다르다. 지름 2.1㎝의 타이머 모양의 연두색 작은 원 안에는 독수리 날개와 부엉이 눈이 새겨져 있고, 3,6,9시 위치에는 행동하라는 뜻의 영어단어 ‘ACT’가 써있다.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은 5일 열린 시무식에서 직접 배지가 담고 있는 숨은 뜻을 설명했다. 그는 “지금 이 순간에도 타이머의 초침이 째깍째깍 움직인다는 긴박감 속에서 단계적으로 실행(ACT)해 나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며 “독수리처럼 높은 곳에서 모든 것을 빠짐없이 보고, 부엉이처럼 어둠 속에서 남들이 간과한 것까지 보자는 뜻”이라고 말했다. 작은 배지 속에 이 회장이 올해 강조하고자 하는 경영 철학이 고스란히 들어 있는 것.
코오롱그룹 관계자는 22일 “직원들이 매년 바뀌는 배지 속 숨은 뜻을 찾는 것을 마치 오래된 그림 속에 담겨있는 갖가지 의미를 알아가는 것과 같은 지적 탐험으로 여긴다”며 “개성과 감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젊은 직원들이 언제 어디서나 달고 다녀도 어색하지 않고 액세서리로 써도 될 만큼 디자인도 신경 써서 만들었다”고 말했다.
코오롱의 독특한 ‘배지 경영’은 2013년 시작했다. 회사 관계자는 “이전까지 생산 현장이나 사무실 벽에 경영 지침이나 지시 사항을 적은 액자를 걸어 두다 보니 그 뜻이 직원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직원들 모두 함께 몸에 지니며 경영 지침을 공유하고 동질감도 높일 수 있게 감성 배지 달기를 시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마다 시무식 날 직원들은 동료들과 함께 서로 배지를 달아주고 팔찌를 채워주며 한 해 업무를 시작하는 전통을 만들어 가고 있다.
2013년에는 개인의 성공이 모여 성공퍼즐을 완성하는 의미를 담은 ‘성공퍼즐’ 배지를 만들어 1만2,000여 모든 직원에게 나눠줬다. 지난해에는 각자 마음을 더하고 열정을 곱해 시너지를 내고 서로 힘든 것을 나눠 무한대의 성공 에너지를 만들어 낸다는 ‘더하고 곱하기 나누기’ 배지를 제작했고, 임직원 모두 한 마음 한 뜻이 되자는 의미에서 알록달록한 팔찌를 만들었다.
전 직원이 1년 365일 몸에 지녀야 하는 배지 제작은 그룹 내 주요 프로젝트 중 하나가 됐다. 그룹 내 경영혁신실에서 전년도 하반기에 다음해 경제 상황을 예측하고 경영 계획의 초안을 마련한 다음 이를 바탕으로 이 회장의 경영 지침을 반영한 배지의 콘셉트를 정한 뒤 전문 제작회사에서 의뢰해 만들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배지 하면 딱딱하고 어색하게 여길 것 같았지만 이제는 코오롱의 트레이드마크로 자리잡았다”며 “회사 내부 게시판에는 옷차림과 배지와 팔찌를 조화롭게 착용하는 방법 등 갖가지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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