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명은 ‘얼음마녀’다. 환하게 웃지 않고 말도 길게 하지 않는다. 최근 종영한 SBS 수목극 ‘피노키오’의 방송기자 송차옥 말이다. 송차옥 역을 맡은 배우 진경(43)은 머리부터 발 끝까지 빈 틈이라고는 찾을 수 없는 기자 겸 앵커로 나와 연기 호평을 받았다. 한 블로거가 “’피노키오’는 송차옥으로 시작해 송차옥으로 끝났다”고 했을 정도다. 드라마는 송차옥의 잘못된 보도로 시작해 그가 흘리는 참회의 눈물을 조명하면서 끝났다.
22일 만난 진경은 “기자나 앵커, 아나운서 역할을 해보고 싶었는데 이번에 기회가 좋았다”면서 “연기를 하면서 언론의 역할과 여론몰이 등 고민한 것이 많아 잊을 수 없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드라마에서 송차옥은 “팩트보다 임팩트!”를 외치며 사실 보도보다 자극적인 보도를 중시한다. 그러다가 소방대장이었던 기호상(정인기)을, 소방관 9명을 사지로 내몰고 혼자만 살아남았다고 여론몰이하면서 한 가정을 파탄에 이르게 한다. ‘피노키오’는 이처럼 자극적이고 과장되며 왜곡된 보도를 일삼는 언론을 그리면서 송차옥의 탐욕을 그 중심에 두었다.
“지난해 다큐멘터리 영화 ‘다이빙벨’을 보면서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세월호 유가족에 대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이 그 영화에 있어서 많이 울었어요. 그러던 중 ‘피노키오’ 대본을 받았는데 내용이 흥미로웠습니다. 사회적 논란이 됐던 프로포폴 사건, 세월호를 말하는 듯한 에피소드 등 박혜련 작가의 필력이 통쾌하다고 여겼습니다. 그래서 비록 악역이지만 꼭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습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장면은 한강 폐기물처리공장 화재사고. 16회에서 방송된 이 장면에는 언론이 억울한 희생자와 그 유가족에 대한 보도를 제대로 하지 않는 현실에 분노하는 모습이 나왔다. 진경은 이 장면을 두고 “시청자들이 짜릿한 전율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드라마 속의 진경은 철저한 악인이었고, 재벌가나 정부와 연계된 사건사고는 무조건 덮으려 한 정치적 인물이었다.
그런 송차옥을 연기하기 위해 진경은 패션에 특히 신경을 썼다. 어두운 색 계열의 의상으로 차가운 이미지를 만들었고 과하지 않은 헤어스타일과 화장으로 카리스마를 보여주었다. 진경은 “’피노키오’를 연출한 조수원 PD에게서 의상과 화장법 등을 감수 받고 카메라 앞에 섰다”고 했다.
KBS ‘넝쿨째 굴러온 당신’(2012)에서 밉상 며느리로 출연했던 진경은 이후 KBS ‘굿닥터’와 ‘참 좋은 시절’, SBS ‘괜찮아 사랑이야’까지 쉬지 않고 달리며 대기만성형 배우로 인정받고 있다. 내달 방송되는 KBS2 월화극 ‘블러드’에서는 종합병원의 전문경영인으로 출연한다. 교사, 정신과 의사, 리포터, 기자에 이어 전문경영인까지 점점 전문직 배우로 발전한다고 하자 그는 “그만큼 책임과 부담이 있지만 원 없이 해볼 수 있어서 좋다”고 웃었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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