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마스크라는 별칭으로 유명한 이집트 파라오 투탕카멘의 마스크가 턱수염 부분이 떨어져 나가 강력 접착제인 에폭시로 다시 붙인 황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3,300년 전 이집트 문명을 고스란히 간직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세계적 유물이 잘못된 관리로 더 이상 예전의 모습을 지니지 못하게 됐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22일 AP통신에 따르면 이집트 카이로의 이집트박물관에 전시 중인 투탕카멘 마스크가 지난해 바닥에 떨어져 턱수염 부분이 부러졌다.
보복을 두려워해 익명을 요구한 박물관 내 3명의 보존전문가들은 마스크를 닦던 중에 사고가 일어났는지, 고정 장치가 헐거워져서 바닥에 떨어졌는지는 분명치 않으나 응급조치로 강력 접착제인 에폭시를 사용해 턱수염을 다시 붙였다고 AP통신에 밝혔다.
에폭시는 접착력이 워낙 강해 돌이나 금속을 이어 붙일 때 사용하나 한번 붙이면 이전 상태로 되돌리기 어려워 유물 복원 같은 민감한 작업에는 잘 쓰이지 않는다. 보존전문가 3명은 “상부에서 즉시 고치라는 지시가 내려와서 어쩔 수 없었다”고 밝혔다.
박물관의 한 보존전문가는 “에폭시는 투탕카멘의 황금 마스크와 같은 빼어난 유물에는 부적절한 물질이라고 생각한다”며 “마스크는 보존처리실에서 다뤄졌어야 하는데 바로 전시를 할 수 있도록 하다 보니 빨리 마르는 접착제를 상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보존전문가는 “얼굴과 턱수염 사이에 틈이 생겼고 반투명의 노란(접착제) 층까지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보존전문가는 심지어 “마스크에 묻은 접착제 일부를 떼내기 위해 (주걱모양의)도구를 사용해 유물에 흠집이 나기도 했다”고 전했다.
투탕카멘의 마스크가 전시된 이집트박물관은 1902년 건설된 이후 수리가 거의 되지 않아 유물 보관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마스크는 2018년 완공될 대이집트박물관으로 이관될 예정이다. 마스크는 1922년 영국 고고학자 하워드 카터와 조지 허버트에 의해 발견된 이후 고대 이집트 문명에 대한 세계적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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