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에 열리는 러시아의 2차 세계대전 전승기념 70주년 행사가 동북아 정세와 남북관계에 중대 전환점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참석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기 때문이다. 러시아 외무장관은 21일 연두기자회견에서 북한으로부터 김정은 참석에 대한 긍정적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이 행사에 김정은 외에도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등 주요국 정상들을 초청해 놓고 있다. 김정은이 이 행사에 참석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롯한 주요국 정상들과 연쇄 회담을 갖는다면 외교적으로 일대 사건이 될 게 틀림 없다.
김정은의 행사 참석이 성사된다면 그에게는 우선 국제외교무대 데뷔 이벤트가 되는 셈이다.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3년 탈상을 마친 그는 올해부터 대범한 대외활동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승행사에서 선 보일 그의 정상외교 스타일은 향후 북한이 국제사회 일원으로서 고립을 탈피할 수 있을지 여부를 가늠해볼 계기가 될 수 있다. 그가 국제사회의 관심과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외교 스타일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 하나의 관심은 김정은 체제 들어 냉랭해진 북중관계에 미칠 파장이다. 김정은의 러시아 방문으로 북러 정상회담이 북중 정상회담에 앞서 이뤄진다면 북중관계가 한층 악화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게 중국 시진핑 지도부에 강한 압력으로 작용해 김정은의 러시아 방문에 앞서 북중 정상회담이 성사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중국은 지난 8일 김정은 생일을 맞아 축하 전문을 보내고 전통적인 우호관계의 상징인 16자(字) 방침을 다시 강조해 대북관계 복원의 메시지를 띄운 바 있다. 속단하기는 어렵지만 북중, 북러 정상회담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이뤄지지 말란 법이 없다.
문제는 러시아 70주년 기념행사를 계기로 다양한 외교적 이벤트가 벌어질 경우 박 대통령의 선택이다. 박 대통령은 아직 러시아의 기념행사 초청에 답신을 보내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한 국제사회의 대러 제재 분위기 속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참석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 등을 복합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자칫 소극적으로 판단했다가 큰 흐름에서 소외되면 곤란하다. 무엇보다 동북아의 주요국 정상이 참석하는 무대는 박 대통령이 중시하는 통일외교의 중요 현장이 될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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