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 앞두고 룸메이트 찾기 "관리비 포함해 28만원 정도…"
학교 커뮤니티에 구인 글 넘쳐, 낯선 사람과 동거 보편화 추세
“관리비를 포함해도 28만원을 넘지 않습니다. 1평(3.3㎡) 가량 작은 고시원도 이 가격에 못 구해요.”
대학교 4학년 박모(27)씨는 지난주 학교 커뮤니티 사이트에 ‘구인 광고’를 올렸다. 같이 살던 친구 두 명이 졸업을 해 새로운 룸메이트를 구한다는 내용이었다. 낯선 사람과 원룸에서 커튼으로 공간을 분리해 생활해야 하는 다소 열악한 환경임에도 문의가 쇄도했다. 신청자의 프로필을 보고 두 명을 선택하는데 일주일도 걸리지 않았다. 8평 남짓한 원룸 보증금은 1,000만원에 월세 70만원. 박씨는 “세 명이 보증금 334만원, 월세 24만원 가량만 내면 생활이 가능한 데다 시험기간에 서로 의지할 수 있고 보안 걱정을 덜 수 있는 등 다른 장점도 많다”고 말했다.
새 학기 시작을 앞둔 대학가에 ‘짝짓기’ 열기가 뜨겁다. 일반적인 짝짓기와 다른 점은 이성이 아닌 동성 파트너를 구한다는 점이다. 주거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대학생들이 부담을 덜기 위해 룸메이트와 동거를 하는 주거 형태가 보편화하면서 생겨난 신풍속도다.
22일 경희대 홈페이지의 주거정보 게시판에는 방학이 시작된 지난달 이후 룸메이트를 구하는 글이 30여건 게시돼 있다. 취업이나 졸업, 어학연수, 교환학생 등의 이유로 동거인이 집을 떠나 새로운 파트너를 찾는다는 내용이다. 가구나 가전제품 보유 상황, 건물의 보안상태 등을 상세히 설명하고 ‘1년 이상 거주’ ‘비흡연자’ 등 조건을 내거는 경우도 있다. 대학교 3학년인 강모(25)씨는 “2년 전에는 룸메이트를 찾기가 쉽지 않았는데, 최근 게시판에 글을 올렸더니 하루에 수십 통씩 전화가 와서 놀랐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학가에 룸메이트 구하기 열풍이 불고 있는 것은 주거비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대학가의 하숙, 자취 비용은 월세 기준 평균 50만~60만원 수준이다. 신촌 지역 대학에 다니고 있는 김모(25)씨는 “보증금 1,000만원, 월세 67만원에 하숙을 하다 보증금 500만원, 월세 40만원짜리 자취로 이사를 했는데 이마저도 감당하기 어려워 다음 학기부터는 인천의 친척집에서 통학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인 기숙사도 주거비 부담이 만만치 않다. 대학정보 공시사이트인 대학알리미 조사에 따르면 작년 서울 소재 대학교 38곳의 기숙사비(1인실)는 평균 35만7,000원에 달한다. 더욱이 기숙사는 학생 대비 수용률이 평균 10%에도 미치지 못해 입주 자체가 쉽지 않은 형편이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연구위원은 “대학가 주변의 임대료 상승으로 월 30만원 이하 주거비로 생활하는 것이 사실상 힘들어지자 주거비를 낮추기 위한 대안으로 룸메이트와 함께 동거를 하는 이들이 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정새미 인턴기자(이화여대 기독교학과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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