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반(反)이슬람단체 ‘유럽의 이슬람화를 반대하는 애국적 유럽인들’(PEGIDA·페기다) 대표가 과거 난민 비하 발언과 아돌프 히틀러 흉내 사진으로 논란을 일으킨 끝에 결국 사퇴했다. 그러나 검찰 당국은 논란이 된 발언에 대해 선동 혐의 등으로 수사할 방침을 밝혔다.
BBC 등 주요 외신은 페기다를 이끌어온 루츠 바흐만(41)이 대표직 등 모든 직책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21일 보도했다. 바흐만은 이날 낮 페기다 지도부 12인 회의에서 자신의 사임 의사를 밝혔고 이를 다른 참석자들이 수용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앞서 바흐만은 콧수염을 하고 머리카락을 왼편으로 빗어 넘겨 붙이는 등 나치 지도자 히틀러의 외양을 흉내내 찍은 자신의 사진을 과거 페이스북에 올린 것이 알려져 논란에 휩싸였다.
그는 또한 페이스북 글에서 난민을 ‘쓸모없는 인간’, ‘오물 덩어리’, ‘귀찮은 동물’로 지칭하는 등 비하한 사실도 드러나 큰 비판을 샀다.
페기다는 바흐만의 사퇴가 히틀러 흉내 사진이 아니라 난민 비하 발언이 원인이 됐다는 입장을 밝혔다.
페기다의 카트린 오어텔 대변인은 난민 비하 발언은 다소 지나쳤지만 히틀러 흉내 사진은 “농담과 풍자 차원으로 모든 시민의 권리”라면서 “바흐만의 사퇴에도 페기다의 활동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흐만도 난민 비하 발언에 대해서는 “지금이라면 하지 않을 경솔한 발언”이라고 사과했지만 히틀러 사진은 언급하지 않았다고 BBC는 전했다.
페기다 운동의 거점 도시인 드레스덴 검찰은 그러나 바흐만을 국민사주·혐오 선동 혐의로 조사하기 시작했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드레스덴 검찰은 바흐만의 난민 비하 발언이 인종 간 증오를 부추긴 것으로 보고 있다고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전했다.
지그마르 가브리엘 독일 부총리도 “누구든 히틀러 행세를 하는 사람은 바보 아니면 나치”라며 “합리적인 사람은 바보를 따르지 않고, 품위있는 사람은 나치를 추종하지 않는다”라고 바흐만을 비판했다고 BBC는 전했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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