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사 땐 권력승계 후 첫 외국 방문
러시아서 남북 정상회담 열릴지도 주목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5월 러시아에서 열리는 승전 70주년 기념행사 참석에 긍정적 답변을 보냈다고 러시아 외무장관이 21일(현지시각) 확인했다. 김정은의 방러가 성사되면 2011년 권력 승계 이후 첫 번째 외국 방문이 된다. 북한 지도자가 혈맹인 중국보다 러시아를 먼저 방문한다는 의미에 외교가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까지 러시아의 초청에 응할 경우 러시아에서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될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날 연두 기자회견에서 김정은의 2차대전 승전 기념행사 초청과 관련해 “(북측으로부터) 첫 번째 신호 형식의 긍정적 답이 왔다”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9일 김정은과 박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 외국 정상들을 오는 5월 9일 열리는 승전기념 행사에 초대한 바 있다.
앞서 유리 우샤코프 러시아 대통령 외교담당 보좌관(외교수석)도 지난달 “60주년 승전 기념 행사 때와 마찬가지로 북한 지도자(김정은)에게도 초청장을 보낸 사실을 확인한다”면서 “그가 모스크바를 방문해 기념행사에 참석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는 평양으로부터의 일차적 신호가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날 라브로프 장관의 답변은 우샤코프 보좌관의 발언을 재확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러시아 외교가에서는 김정은이 실제 모스크바 방문을 최종 통보하는 시기는 행사가 임박한 시점이 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러시아는 매년 5월 9일 나치 독일을 물리치고 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한 전승 기념 행사를 성대하게 치르고 있다. 10년 단위의 ‘꺾어지는 해’에 치러지는 기념식에는 상당수 외국 정상들을 초청하기도 한다. 2005년 60주년 기념식의 경우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고이즈미 일본 총리 등 53개국 정상들이 참석했다. 고 노무현 대통령도 참석한 가운데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초청은 받았지만 불참했다.
김정은이 실제 러시아를 방문하게 될 경우 김정은으로서는 첫 국제무대 데뷔행사가 된다. 또한 관례를 깨고 중국에 앞서 러시아를 찾게 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혈맹인 중국보다 러시아를 먼저 방문하는 것을 부담스럽게 여겨 러시아 방문이 불발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돼 왔다.
박 대통령과의 남북 정상회담 내지는 회동이 성사될지 여부도 주목된다. 정부는 그간 박 대통령 정상외교 일정을 토대로 참석여부를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결정된 바는 없다”는 입장만 밝혀왔다. 김정은의 방러 가능성이 나오면서 북미 정상접촉도 관심을 끌고 있지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번 행사에 참석하지 않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