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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프라이머리 많은 선거비용 필요… 정치신인 등장 막을 수 있어 유의해야"

입력
2015.01.21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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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선서 같은 당 후보끼리 대결 잦은 TTVG 방식, 당파성 없애는 효과"

“상위 2인 결선진출(TTVG) 방식이 당파성을 없애는 건 확실합니다.”

앤 레이블 미 연방선거위원회(FEC) 위원장은 캘리포니아 주가 채택한 TTVG가 당초 의도한대로 투표율을 높이고 정치권의 심각한 대립을 막을지 여부는 확신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다만 유권자들의 의식과 태도에는 확실히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레이블 위원장은 지난 12일 워싱턴 FEC 본부 사무실에서 진행된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캘리포니아 지역은 전통적으로 민주당 색채가 짙어 공화당 후보들은 ‘무당파(無黨派)’로 신분을 세탁해 출마하는 경우가 많다”며 “TTVG로 민주당 후보끼리 최종 대결을 벌이는 경우가 잦다 보니, 유권자 사이에서 민주당에 대한 충성도가 옅어지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소속인 레이블 위원장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FEC 위원으로 임명하기 이전인 2011~2013년에는 캘리포니아 주정부가 관할하는 ‘공정 정치관행 위원회’(FPPC) 위원장을 지냈다.

레이블 위원장은 한국에서 주요 정당이 오픈 프라이머리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과 관련, “많은 선거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에 오히려 참신한 정치 신인의 등장을 막을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일반 유권자들도 참여할 수 있는 허점을 노려 주요 정당이 상대 진영의 경쟁력 약한 후보에게 몰표를 던지는 ‘역선택’가능성에도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레이블 위원장은 1970년대 워터게이트 사건을 계기로 미국 정치에서 금권선거를 뿌리 뽑기 위해 설치된 기구가 FEC라고 소개했다. FEC는 다른 연방정부 기구와 달리 6명 위원 중 3명이 야당(공화당)이고 여당(민주당)과 무당파는 각각 2명, 1명으로 구성되는데 이는 집권당이 부정선거 조사를 빌미로 야당을 압박할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장치라고 덧붙였다.

레이블 위원장은 공화ㆍ민주당의 심각한 대립과 미 대법원의 보수성향 판결로 FEC 활동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공정 선거’보다는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는 대법원이 2010년 ‘슈퍼 팩’(PACㆍ정치활동위원회)으로 불리는 정치자금 모금단체에 무제한 기부를 허용한 이후 FEC 활동이 크게 위축된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당시 기업이나 노동조합 등 이해 집단이 특정 정치인이나 정당을 직접 지원하지만 않는다면 ‘슈퍼 팩’에 대한 기부를 제한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판결했다. 이후 후보와 정당이 직접 지출하는 규모는 그대로지만, 정치 성향이 뚜렷한 부호(富豪)나 이익단체 등이 특정 정책에 대해 찬반 의견 광고를 내보내는 식으로 선거 판도에 영향을 끼치는 사례는 급증하고 있다. 실제로 LA타임스에 따르면 2014년 하원의원 선거에서 후보자들이 살포한 액수는 9억4,500만달러로 2010년(10억달러)보다 소폭 감소한 반면, 슈퍼 팩이 선거광고 등을 통해 뿌린 돈은 6억8,900만달러로 두 배나 증가했다.

레이블 위원장은 제도적 측면에서 돈의 위력이 강해지고 있으나, FEC는 새로 등장한 첨단 IT 기술을 적극 활용해 미국 시민의 진정한 의사가 정치에 반영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 동안 수작업으로 진행됐던 상원의 기부금 내역 처리를 부분 전산화하는 한편, 다음달에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 프로그램을 통해 선거 사무와 시민들의 권리 행사를 용이하게 만드는 방법과 관련한 학술대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레이블 위원장은 “미국 시민의 70% 가량이 돈에 좌우되는 미국 선거 제도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지금까지는 목소리를 한데 모을 수 없었다”며 “IT 혁명을 적극 활용하면 큰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이들 의견을 정확히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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