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가입하고 싶다... 새 삶 원해" 터키 출국 전 페이스북 글 남겨
1년여간 치밀하게 정보 수집, PC에 관련 파일 100여점이나
"IS 주류서 배제된 청소년 타깃, 한국도 안전지대 아니다" 지적
터키의 시리아 접경 지역에서 실종된 한국인 김모(18)군이 이슬람 수니파 원리주의 무장단체‘이슬람국가(IS)’에 자발적으로 가담하려 한 사실이 경찰수사 결과 드러났다. 초등학교 이후 정규교육을 받지 않은 외톨이 청소년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자생적 테러리스트인 ‘외로운 늑대’를 꿈꿨다는 것이 수사결과의 골자다. 최근 양극화 심화로 사회에 불만을 품은 소외계층이 증가하고 초고속 인터넷 인프라도 발달한 우리 사회는 언제든 제2, 제3의 김군이 출현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져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김군의 PC와 SNS, 통화내역 등을 분석한 결과, 김군이 터키 여행 전 IS와 이슬람교에 대한 관심을 드러낸 정황을 다수 확인했다고 21일 밝혔다.
IS에 대한 김군의 맹목적 추종과 자발적 가입 의지는 여러 군데서 확인됐다. 경찰에 따르면 김군은 8일 터키로 출국하기 전날 페이스북의 ‘IS에 가입해라(Join Islamic State)’ 페이지에 ‘IS에 가입하고 싶다’ ‘난 이 나라와 가족을 떠나고 싶다. 새로운 삶을 살길 원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그는 1년 전부터 IS 가입을 위해 치밀하게 정보를 모았다. 지난해 1월 13일부터 올해 1월 7일까지 김군은 국내 포털사이트들을 통해 IS와 관련된 정보를 총 517회 검색했다. 같은 기간 3,020회 검색 기록 중 6분의 1에 해당하는 수치다. 경찰 관계자는 “주요 검색어는 ‘IS’ ‘시리아’ ‘이슬람’ 등으로 IS 가입과 이동에 필요한 정보”라고 말했다. 컴퓨터 즐겨찾기 목록에 포함된 IS 관련 뉴스 사이트도 65개나 됐다.
김군 PC에서도 IS와 관련된 사진과 문서파일 100여점이 발견됐다. 경찰은 컴퓨터 정밀분석(디지털포렌식)을 거쳐 바탕화면에 저장돼 있는 ‘IS 깃발을 든 대원’ 등 사진파일 4점과 이미 삭제돼 있던 사진파일 47점을 복구해 확인했다. 대부분 IS 대원이 총을 들고 있는 모습이나 히잡을 쓴 이슬람 여성들의 사진이었다. 80여개의 문서파일 역시 모두 이슬람교와 관련된 내용을 담고 있었다.
구체적 실행은 지난해 10월부터 SNS를 통해 본격화했다. 김군은 10월 4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glot****)에서 불특정 다수에게 ‘어떻게 ISIS(이라크-시리아 이슬람국가·IS의 전신)에 가입하는지 아는 사람이 있는가. 난 ISIS에 가입하고 싶다’는 글을 올렸고, 5일 IS 추종자로 보이는 사람(대화명 Afriki)에게서 ‘ISIS에 가입하길 원하면 먼저 터키로 가라. 그곳에서는 쉽게 가입할 수 있을 것이다’는 답변을 받았다. 9일에는 ‘하산’이란 이름의 현지 전화번호를 소개받기도 했다. 김군은 같은달 15일 트위터를 통해 암호화된 비공개 메신저 슈어스폿(Surespot) 이용을 권유 받기 전까지 이 추종자와 총 110여건에 달하는 메시지를 주고 받았다.
김군이 터키에서 자신의 휴대폰으로 두 차례 현지 휴대폰과 통화한 사실도 밝혀졌다. 그는 터키에 도착해 가지안텝프의 한 호텔에 체크인 하기 전후인 9일 오전 9시2분, 킬리스 M호텔을 떠난 뒤인 10일 오후 1시47분 현지 번호인 ‘15689063********’과 통화했다. 특히 4분 38초간 진행된 두번째 통화는 김군이 실종 지점인 M호텔을 빠져 나온 직후 이뤄졌다는 점에서 이 통화 상대방이 김군의 실종에 깊이 연관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현재 김군의 휴대폰에 전화를 걸면 ‘전화를 받을 수 없다’는 메시지가 뜨는 점에 비춰 사용 중인 상태로 보인다”고 전했다.
김군의 사례는 한국 역시 IS 조직원 포섭활동의 청정국이 아니란 점을 증명하고 있다. 그간 IS는 미국, 유럽 등 주로 서방국가 젊은이들을 현혹해 테러 대원을 모집해 왔다. 특히 SNS와 유튜브 등 첨단 미디어를 내세워 ‘인터넷 지하드’를 천명한 IS의 선전 방식으로 볼 때 초고속 인터넷이 발달한 한국은 이들의 좋은 먹잇감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서정민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21세기 테러에서 사이버 공간은 사회나 국가에 불만을 가진 개인이 뜻이 맞는 사람과 만나고 정보도 공유하는 공간”이라며 “그런 점에서 우리도 언제든 테러에 노출돼 있다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군의 개인적 성향도 극단적 선택에 한몫 했다는 분석이다. 김군은 중학교 자퇴 후 주로 집에서 생활하며 부모와도 대화 없이 쪽지로만 소통하는 등 ‘은둔형 외톨이’ 성향을 보였다. 경찰의 통신분석 결과 그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단 9회를 제외한 1,657회 전부가 동생과의 통화였을 만큼 고립된 생활을 해왔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김군처럼 폐쇄된 생활을 하는 10,20대들은 ‘소외된 사람을 해방시킨다’는 어젠다를 쓰는 IS에 설득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우리나라도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서구에서 IS에 가담한 청소년들의 공통점은 주류 사회로부터 배제된 사람들이라는 점”이라며 “성적 중심의 경쟁이 만연한 우리 사회 분위기를 감안하면 언제든 제2의 김군이 생겨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관진기자 spiri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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