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수익 따라오는 상위권에 집착… 음악 가치보다 홍보가 우선 돼버려
“(‘착해 빠졌어’가) 좋은 곡이었냐 아니었냐? 이미 대답은 나와 있다. ‘멜론’가서 좋아요 숫자 보시면 된다.” 신곡 ‘화’로 사랑을 받고 있는 힙합 음악가 매드클라운이 힙합 전문 온라인 매체 ‘힙합플레이야’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Mnet ‘쇼미더머니2’ 출연으로 인기를 얻었던 매드클라운은 2013년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산하 레이블 소속이 된 후 걸그룹 씨스타의 소유, 효린과 차례로 협연하며 큰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그가 자신의 인기를 증명하는 척도로 스트리밍 사이트 멜론을 언급한 것은 왠지 씁쓸하다.
매드클라운을 탓하기 위해 꺼낸 이야기는 아니다. 대중 지향적인 음악을 하며 좋은 유통사를 잡은 그의 선택을 비판할 수 없다. 더 많은 이들을 자신이 원하는 음악으로 이끌고 가기 위해 입문용 곡으로 ‘착해 빠졌어’ ‘견딜만해’ ‘화’를 쓴 것이라 말할 수도 있다. 실제로 그는 소속사로부터 타이틀곡이 아닌 앨범 수록곡을 만드는 데 있어서는 완전한 자유를 보장받았다. 하지만 만약 그가 차트 성공이 음악의 가치를 증명하는 것이라 생각한다면 그건 잘못된 것이다.
‘음원 차트 줄세우기’는 음원과 음반의 성공 여부를 판가름하는 기준이다. 순위표의 상위에 올라온 곡은 ‘현 세대의 대표적인 유행가’를 들어보려는 사람들이 손쉽게 누르는 ‘차트 전체 재생’을 통해 계속해서 재생된다. 순위표 꼭대기에 올라온 곡이 자연스레 더 많은 재생 기회를 얻는다. 이 때문에 순위표 1위 바로 위에 올라오는 ‘추천음악’ 자리를 놓고 기획사 간 눈치작전이 벌어진다. 심지어는 추천음악 자리를 더 오래 얻고자 음반 발매와 활동 시기까지 늦춘다.
아이돌 그룹의 팬이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의 음악을 상위권에 올리기 위해 ‘무한 반복재생 캠페인’을 펼치는 모습은 이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팬사이트에서는 이른바 ‘스밍(스트리밍의 약자) 돌리는 법’을 공유하며 어떻게 곡을 재생해야 순위 상승에 반영되는지를 친절하게 알려준다. 그렇게 열심히 ‘스밍’을 돌리다 다른 가수의 곡이 더 상위에 오르면 ‘음원차트 조작설’을 제기하며 불평하기도 한다. 물론 음원 순위표 자체는 절대 조작되지 않는다. 다만 음원 스트리밍 사이트가 다른 곡보다 더 많은 홍보 기회를 제공하는 곡들이 있을 뿐이다.
음악가와 기획사도 당연히 좋은 유통사와 만나길 원한다. 열심히 만든 곡이 한 번이라도 더 팬들의 눈에 들길 원하는 마음 때문이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음원 차트 시스템이 아쉬울 때가 많지만 일단은 음원 사이트에서 더 많은 홍보를 받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음원 차트 상위권에 올라오면 더 많은 사람들이 듣고, 팬들이 늘어나고, 음반도 공연 표도 더 잘 팔린다. 음원 차트 성적을 반영하는 지상파 음악 프로그램에서 높은 순위를 받는다. 이엑스아이디(EXID)의 ‘차트 역주행’처럼 기적 같은 사례가 없지는 않지만 그래도 결국 대중가요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음원 홍보다.
대중음악 평론가들은 차트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물론 차트 순위가 음악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중가요 만들기를 직업으로 삼는 입장에서는 인기와 수익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음원 차트의 더 높은 자리로 오르기 위해 스타, 기획사, 팬이 모두 전략을 짜고 치열하게 움직이고 있다.
inhy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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