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자 복직·희생자 명예회복·굴뚝농성 중단
노사대화로 의제 본격 논의키로… 해결 '물꼬'
2009년 쌍용차 사태 이후 6년 넘게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던 쌍용차 해고노동자 복직 문제가 노사대화를 통해 본격적으로 논의된다. 쌍용차와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 쌍용차지부에 따르면, 21일 오전 10시 이유일 쌍용차 사장, 김득중(해고자)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장, 김규한 쌍용차 노조위원장 등은 쌍용차 평택공장에서 비공개 3자회동을 갖고 ▦해고자 복직 ▦손배 가압류 문제▦굴뚝 농성 중단 등 쌍용차 정상화 ▦26명 희생자 유가족에 대한 지원 대책 등을 4대 의제를 확정하고 이를 위한 실무교섭을 최대한 빨리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만남은 2009년 8월6일 이후 5년 5개월 만에 처음으로 노사와 해고자 등 3자가 만난 것으로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와 해고노동자들은 회사와 노조 측에 3자 회동을 요청해 왔지만, 그 동안 사측의 소극적 자세로 성사되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달 김정욱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 사무국장과 이창근 기획실장 등이 평택 공장 굴뚝에 올라가 해고노동자 복직을 요구하며 농성을 시작하고 정치권과 사회 각계에서 해고 노동자 복직을 바라는 ‘응답하라! 쌍차(쌍용차) 챌린지’라는 릴레이 캠페인이 확산됐다. 이어 쌍용차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 그룹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이 14일 새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티볼리를 생산 중인 평택공장에서 김득중 위원장을 전격적으로 만나면서 회사 측 입장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마힌드라 회장은 지난주 방한기간 동안 “일자리를 잃은 분들과 그 가족들에 대해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다”며 “쌍용차가 흑자 전환에 성공하면 2009년 일자리를 잃은 분들의 복직이 순차적으로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쌍용차는 2009년 2,646명에 대한 정리해고 계획을 발표했는데 이 중 희망퇴직자 1,900명, 무급휴직자 450명, 해직노동자가 200명이다. 이후 6년 동안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병으로 숨진 실직자와 가족들이 26명에 달한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13일 대법원이 153명의 해직근로자가 쌍용차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 확인소송에 대해 사측 손을 들어줬다.
쌍용차는 해고 통보 당시 추후 희망퇴직자들을 포함해 단계적으로 채용에 나서겠다고 노조 측과 합의했다. 쌍용차 측은 그 동안 여러 차례 희망퇴직자는 2009년 쌍용차 사태 당시 어느 정도 불이익을 감수하고 회사를 그만둔 것이며, 정리해고자는 스스로 해고를 택한 것이라면서 회사 상황이 좋아져도 우선 희망퇴직자들의 복귀부터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업계에서는 쌍용차 측이 입장을 바꿔 대화에 나선 것은 마힌드라 회장의 뜻이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마힌드라 그룹 관계자는 “일부 네티즌들이 티볼리 불매 운동에 나서겠다는 내용의 트위터를 마힌드라 회장에게 보내고 있고, 회장도 쌍용차 챌린지 캠페인 등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며 “회장은 해고노동자를 비롯한 쌍용차 이슈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구체적 실무 교섭 날짜나 교섭위원 등은 쌍용차, 쌍용차노조,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 3자가 별도 협의를 통해 확정할 예정이다. 그리고 이날 3자 회동 소식이 전해지자 8일째 식사를 거부하던 고공 농성자 2명은 이날 점심부터 밥과 방한용품을 전달 받았다.
한편 이유일 사장은 이날 오후 서울에서 열린 티볼리 시승 행사장에서 3월 예정된 쌍용차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깜짝 발표했다. 업계에서는 이 사장이 마힌드라 회장로부터 능력을 인정받아 마힌드라 그룹 아시아 지역 담당 부회장으로 영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쌍용차 관계자는 이에 대해 “통보 받은 바 없다”고 밝혔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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