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훈 의원, 국가배상 못받아
서울고법 민사12부(부장 김기정)는 유신헌법 반대 활동을 하다 긴급조치 위반 혐의로 기소돼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설훈(62)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1억400만원을 배상하라”는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21일 밝혔다.
설 의원은 1977년 4월 ‘10월의 유신이란 미명의 폭력주의는 민주주의의 가냘픈 숨결마저 끊고 말았다’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구국선언문을 작성해 배포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2년6월과 자격정지 2년6월을 선고 받고 790일 동안 복역했다. 설 의원은 2013년 6월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뒤 같은 해 9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9월 “국가가 위헌·무효인 긴급조치 9호를 발령해 설 의원을 영장 없이 불법으로 체포해 수사하고 구속·기소해 유죄판결을 선고한 것은 위법하다”며 “국가는 설 의원 및 가족이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지난해 10월 말 ‘긴급조치가 시행되던 당시 영장 없이 체포·구금한 행위는 불법 행위가 아니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국가의 손해배상 의무를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수사기관이 당시 시행 중이던 긴급조치에 따라 영장 없이 체포·구금해 수사를 진행하고 유죄판결을 내렸다 하더라도, 긴급조치 제9호가 당시 위헌·무효임이 선언되지 않았던 이상 이를 불법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재심에서 무죄판결이 확정됐다는 것만으로 당시 유죄판결에 따른 복역이 곧바로 국가의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복역 등으로 인한 손해를 수사과정에서 있었던 국가기관의 위법행위로 인한 손해라고 볼 수 없어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