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안전장치 없이 철거작업 한 듯
부산의 한 조선소에서 선박 건조용 크레인의 철제 구조물이 작업 중 떨어져 근로자 4명이 숨졌다.
21일 오전 9시 46분쯤 영도구 청학동 옛 대선조선 자리에서 40톤급 선박 건조용 지브크레인의 기계실이 20여m 아래로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기계실에서 작업 중이던 철거업체 직원 김모(58), 문모(59), 허모(61), 박모(57)씨 등 근로자 4명이 숨졌다. 이 가운데 박씨는 철제 구조물에 깔려 부산시소방본부가 2시간 넘게 구조작업을 펼쳤지만 끝내 숨졌다.
경찰은 철거 작업 중인 근로자들이 크레인에서 기계실을 떼어내려고 지지대를 절단하면서 무게를 이기지 못한 기계실이 아래로 떨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사고 당시 3명은 기계실 위에서 지지대를 절단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고, 1명은 기계실 안에 있었던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지난해 연말 폐쇄된 조선소에선 20일부터 해체 작업이 진행됐으며, 사고 현장엔 애초 철거업체 인부 5명이 투입됐는데 한 사람은 지상에서 작업감독을 해 사고를 면했다.
동료 근로자 김모(50)씨는 “철거작업을 하다가 쾅하는 소리가 들려 뒤돌아봤더니 크레인 기계실이 추락해 있었고, 비명과 함께 사람이 함께 떨어졌다는 소리를 들었다”며 “모두 이쪽 방면에서 20년 넘게 일해 온 베테랑들인데 정말 안타깝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 크레인이 35년이나 됐고 작업 시 다른 크레인을 불러 기계실을 고정하고 나서 해체해야 했는데 아무런 고정장치나 안전장치 없이 절단작업을 하다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목격자와 해체작업을 맡은 업체 관계자 등을 불러 사고경위와 함께 해체작업을 할 때 작업안전수칙을 지켰는지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한편 사고가 난 크레인이 있는 곳은 대선조선 소유 부지였으나 지난해 12월 1일 ㈜거청에게 매각됐다. 거청은 선박구조물과 부분품 등을 만들어 대형 조선소에 납품하는 업체로, 거청 측이 해당 터를 용도 변경하려고 철거업체를 불러 지프크레인을 해체하는 작업을 하다가 사고가 발생했다.
부산=전혜원기자 iamjh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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