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국가(IS) 추정세력에 붙잡힌 일본인 인질의 가족에게 지난 해 11월 20억엔 가량의 몸값을 요구하는 메일이 전달된 사실이 드러났다. 일본 정부는 IS에 붙잡힌 인질 2명이 민간군사기업을 운영하는 유카와 하루나와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고토 겐지임을 공식 확인, 인질 석방을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21일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해 10월 시리아로 향한 뒤 연락 두절된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고토 겐지의 부인의 휴대전화에 지난 해 11월 20억엔을 요구하는 메일이 도착했다. 메일 주소는 IS가 다른 인질사건에 사용한 것과 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토는 지난 해 8월 IS에 억류된 유카와를 찾기 위해 시리아에 입국한 정황도 확인됐다. 고토는 지난 해 10월 시리아 입국전 촬영한 동영상에서 “대단히 위험하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그 책임은 내게 있다. 반드시 살아 돌아오겠다”고 말했다. 교도통신은 “고토가 위험을 각오하고 현지에 들어간 이후 IS와 접촉하는 과정에서 연행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NHK는 이날 자사와 인터넷을 통해 메시지를 주고 받은 IS 홍보담당자가 협박 동영상을 공개한 사실을 인정했다고 보도했다. 이 담당자는 인질 석방 대가로 2억달러를 요구한 것과 관련, “돈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IS는 하루에 이 보다 많은 돈을 쓴다”며 “경제적인 싸움이 아니라 정신적인 싸움”이라고 주장했다고 NHK는 전했다. 그는 “당신들의 정부는 반드시 몸값을 지불할 것”이라고 말해 일본 정부의 협상을 촉구했다.
IS측의 발언을 두고 일본이 과거 테러리스트가 벌인 인질극에 몸값을 지불한 사례를 파악하고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일본은 1977년 일본 적군파 멤버들이 일본항공 비행기를 납치, 승객들을 인질로 잡고 동료의 석방을 요구하는 ‘다카사건’ 당시 적군파 동료 6명을 석방하고 600만달러를 전달한 적이 있다. 당시 일본 정부는 “인명의 무게는 지구보다 무겁다”며 인명이 우선임을 강조했으나, 과격파 조직에 자금을 줬다는 국제적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스가 장관은 이날 “우리가 행하는 지원은 중동인들의 민생 향상을 위한 것으로, 이슬람 교도를 죽이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며 IS에 과격 행동 자제를 당부했으나 몸값 지불 여부에 대해서는 “사안의 성질상 대답을 보류하겠다”고 말했다.
스가 장관은 “정부는 20일 오후 2시50분께 동영상을 확인했다”고 밝혀, 인질 몸값 지불 요청기준인 72시간의 데드라인이 23일 오후라는 인식을 드러냈다.
20일 공개된 협박 동영상은 인질 2명의 그림자 위치가 다른데다, 바람의 방향도 제각각이어서 합성 혹은 조작된 동영상이라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중동을 방문중인 아베 총리는 이날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요르단강 서안 라말라에서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수반과 회동후 남은 일정을 취소하고 서둘러 귀국길에 올랐다. 압바스 수반은 이 자리에서 일본인 살해 협박은 “비열한 짓”이라고 비판했다고 AFP는 전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