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6만원대 이상 요금제에
이윤 몰아주기로 차별화
사실상 고가 요금제 판매 강요
저가 요금제, 보조금도 거의 없어
동일 요금제 가입하더라도
기기변경 보다 번호이동 하면
이윤이 최대 10배나 더 많아
이통사들은 "정상적 마케팅"
이동통신업체들이 비싼 고가 요금제 위주로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해 갖가지 꼼수를 부리고 있다. 특히 이통사들은 판매점을 유무형으로 압박하면서, 판매점은 소비자들에게 불필요한 과다 요금제 가입을 유도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대표적 압박 수단은 판매점이 받는 이윤 차별화이다. 저가 요금제보다 고가 요금제에 더 많은 판매 이윤을 보장해 주는 것은 기본이고, 동일 요금제에서도 기기변경과 번호이동에 이윤 차이를 두는 방법을 쓰고 있다. 이 때문에 일선 판매점들은 휴대폰을 바꾸러 온 손님에게 기존 가입자가 휴대폰만 바꾸는 기기변경보다 타사 가입자를 데려 오는 번호이동을 더 적극적으로 권유하고 있다.
수 년간 서울 강남에서 휴대폰 판매점을 운영하는 김 모씨는 “번호이동으로 가입자를 유치했을 때 받을 수 있는 이윤이 단순 기기변경보다 10배나 많은 이통사도 있다”며 “이윤에서 차이가 나니 당연히 손님들에게 번호이동을 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이통사들은 월 6만원대 이상 요금제에 집중적으로 이윤을 몰아주고 있다. 김 씨는 “월 6만원대 이하 요금제는 판매점에게 돌아오는 이윤이 거의 없어서 매장 운영이 되지 않는다”며 “월 6만원대 이상 요금제 이용자가 월 가입자의 60~70% 이상은 차지해야 매장을 꾸릴만한 이윤을 손에 쥘 수 있다”고 털어놓았다.
판매점들은 이통사의 고가 요금제 우대 정책을 일종의 ‘갑질’로 보고 있다. 또 다른 판매점을 운영하는 안 모씨는 “과도한 이윤 차등 정책을 통해 이통사들이 월 6만원대 요금제 판매를 강요하는 셈”이라며 “이통 3사 중에 A사가 특히 심해 판매점들 사이에 월 6만원 이하 요금제는 남는 게 없어 차라리 가입을 받지 않는 게 낫다는 얘기를 공공연히 한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이통사들은 이윤 차등화가 정상적인 마케팅 전략이라고 주장했다. A사 관계자는 “어떤 상품이든 가격이 비싼 상품에 더 많은 이윤을 보장해 주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판매점들이 돈을 더 많이 벌기 위해 고가 요금제 판매에 집중하는 것일 뿐 이통사에서 압박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휴대폰 보조금도 고가 요금제 위주로 편중되고 저가 요금제에는 거의 실리지 않는다. SK텔레콤의 경우 지난 17일에 달라진 휴대폰 보조금을 공시하면서 일부 저가 요금제에 대해 갑자기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대상이 된 요금제는 ‘무료음성 19’ 등 월 1만9,000원 이하 요금제로, 이전에는 월 5만~6만원대 보조금이 지급됐으나 17일 이후 보조금이 0원이 됐다.
KT는 월 1만5,000원 이하 저가 요금제에 휴대폰 보조금을 지급하기는 하지만, 보조금 공시 홈페이지에 해당 내역이 아예 표시되지 않아 이용자들이 지급 내역을 알기 힘들다. LG유플러스도 LTE의 경우 월 6만원 이상 요금제, 일반폰은 월 3만원 이상 요금제만 휴대폰 보조금 지급 내역을 공시하고 그 이하 요금제는 보조금 지급 내역을 공시하지 않거나 주지 않는다.
이통사들이 특정 요금제에 보조금을 주지 않는 것이 불법은 아니다. 저가 요금제 가입자를 홀대하는 이용자 차별이지만 정부에서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에 보조금을 줄 경우 이통사의 기대 수익을 초과하는 요금제는 주지 않아도 되도록 예외 조항을 마련해 놓았다.
그렇다 보니 이통사들이 필요에 따라 저가 요금제의 보조금을 빼서 고가 요금제에 우선 지급해 가입자를 끌어 모으는 ‘보조금 돌려 막기’를 하고 있다. 하지만 저가 요금제의 경우 저소득층이 주로 이용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휴대폰 보조금이 더 절실하다.
이에 대해 이통사들은 시장 상황에 따라 보조금 정책이 수시로 변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모 이통사 관계자는 “늘 저가 요금제에 보조금을 주지 않는 것이 아니라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며 “소외 계층은 저렴한 요금제를 통해 휴대폰 보조금 못지 않게 월 통신비를 할인 받고 있다”고 해명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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