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미국이 주도하는 이슬람국가(IS) 격퇴작전에 소극적으로 참여하는 나라여서 IS의 직접 타깃이 될 것으로 여기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지난해 살해 장면이 동영상으로 공개된 사람들이 주로 미국 영국 등 IS 공습에 적극 참여하는 국가의 기자, 구호활동가였던 것도 이런 추측을 뒷받침한다. 일본 인질은 왜 살해의 타깃이 됐을까.
궁금증을 푸는 열쇠는 IS가 20일 살해 협박 동영상에서 그 동안 공개된 이런 유형의 동영상 중 처음으로 몸값 액수를 제시했다는데 있을지도 모른다. ‘2억달러’는 중동 순방 중인 아베 총리가 며칠 전 이집트에서 IS 격퇴 작전을 지원하기 위해 내겠다고 밝힌 액수와 동일하다. 이 액수는 그 동안 IS가 인질 몸값으로 요구해온 것으로 알려진 금액이 최소 100만달러에서 최고 1,000만달러 정도라는 것을 생각하면 턱없이 많은 것이다. 인질 몸값이 IS의 주수입원 중 하나인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요구가 너무 터무니없다 보니 정말 이들이 몸값을 받아낼 속셈인지 의심하게 만든다. IS가 중동에서 ‘돈 자랑’하는 듯이 보이는 일본을 향해 일종의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게다가 아베 총리는 이번 순방에서 요르단, 이집트, 팔레스타인 방문 사이에 이스라엘을 끼워 넣었다. 중동 순방이니 인접한 나라를 한번에 둘러보며 외교 현안을 논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일본 시각으로는 가능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과 나머지 국가들은 적대관계인데다 전세계가 비난했던 지난해 이스라엘의 가자 공격 기억이 생생한 시점이어서, 이슬람 근본주의 국가 건설을 목표로 하는 IS를 자극할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2억달러 지원은 난민에게 식료품과 의료를 제공하기 위한 인도적인 지원”이라며 “앞으로도 이 같은 비군사적인 지원을 적극적으로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아베는 “목숨을 살리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면서도 “국제사회는 단호한 자세로 테러에 굴하지 않고 대응해갈 필요가 있다”며 IS의 협박에 굽히지 않을 뜻을 분명히 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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