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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황우여 장관의 결단을 촉구한다

입력
2015.01.20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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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인으로 다시 미궁과 혼돈에 빠진 상지대 모습을 접하면서 참담하다. 법학자로 사학권력 앞에서 법의 정신이 왜곡되고 농락되는 현실이 수치스럽다. 시민으로서 민주화의 성과가 사회 곳곳에서 야금야금 무너지는 것 같아 비통하다.

상지대는 1955년 교육운동가 고 원홍목 선생 등 8인에 의해 설립되었으나 임시이사로 파견된 김문기씨에게 무상으로 넘어갔다. 이후 상지대는 입시부정과 교수부당해직 등이 만성적으로 발생하는 ‘사학비리 종합세트’가 되었다. 김씨는 유신독재 하에서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 전두환 정권 하에서 여당 국회의원이었으니 누가 그의 ‘사학왕국’을 문제 삼을 수 있었겠는가. 1986년 상지대 측은 학생들의 민주화운동을 탄압하기 위해 “가자, 북의 낙원으로” 등의 문구가 적인 유인물을 총학생회와 서클 연합회 명의로 만들어 산포(散布)하는 조작행위를 범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영삼 정부 출범 이후 1993년 김씨는 공금횡령과 입시부정 등 범죄로 구속돼 1년 6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민주화라는 시대정신은 사학비리를 용납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를 전환점으로 해 상지대는 차근차근 공영적인 사립대의 길을 걷으며 사학 민주화의 표본이 됐다.

그런데 사학재단을 위해 거리에서 촛불시위를 벌였던 이명박, 박근혜 두 정치인이 대통령으로 자리 잡은 기간에 급격한 역전이 진행됐다. 2007년 대법원 판결(주심 김황식 전 국무총리)과 공안검사 출신 고영주 변호사 등 보수일변도로 구성된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의 2010년 결정에 따라 김씨는 상지대 이사회를 장악했다. 2014년 들어 김씨는 총장으로 취임했고, 상지학원 이사회는 김씨 일가의 ‘장기집권’이 가능하도록 정관을 변경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나라의 사학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상지대 사태는 우리 사회가 어느새 김영삼 정부 출범 이전으로 퇴행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진보 성향 언론은 물론 조선, 동아 등 보수 성향 언론들도 사설을 통해 김문기 씨의 총장 사퇴를 촉구했고, 주무 장관인 황우여 교육부장관도 김씨의 총장 사퇴를 요구했다. 보수 성향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도 김씨의 총장 취임을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김씨는 미동도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이후 상지대에서는 교수와 학생에 대한 사찰이 이뤄지고, 김문기 체제를 비판하는 교수와 학생은 쫓겨나고 있다.

도대체 김문기씨가 어떤 든든한 뒷배가 있기에 이러는 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영남대 이사장을 역임한 박근혜 대통령 등 집권세력 내 사학관련자들을 바라보고 이러는 것인가? 사분위 위원으로 옛 재단에 이사 과반수 추천권을 주는 원칙을 세웠고 이번에 대법관으로 제청된 강민구 창원지방법원장을 믿고 이러는 것인가.

상지대 사태는 진보, 보수의 문제가 아니다. 사학재단ㆍ사립대학은 어떻게 운영돼야 하는가 하는 원칙의 문제다. 사학재단ㆍ사립대학은 설립자 또는 이사장 등의 사적 소유물이 아니라 교육이라는 공적 목적을 위해 출연된, 개인 재산을 기초로 만들어진 공적 조직체이다. 이사장이나 이사는 사립대학의 소유자가 아니라 관리자이다. 요컨대, 사학재단ㆍ사립대학은 사기업이 아니라 교육기관이다.

황우여 장관이 이제 분명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 현재 상지대 재단은 이사장 직무대행과 이사들의 임기가 모두 종료돼 이사가 없는 상태다. 교육부는 즉각 임시이사를 파견해 새로운 이사장을 선출하고 이어 새로운 총장을 선임해야 한다. 보수 성향의 학자 유재천 박사는 상지대 총장 재직 당시인 2010년 역설했다. “옛 비리 재단을 배제한 민주적 이사 선임만이 분규를 막고 대학을 정상화하는 유일한 해결 방안이다. 새로 구성되는 이사는 대학교육의 진정한 발전을 위한 비전을 갖고 있는 분, 도덕적으로 흠결이 없는 분이 돼야 한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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