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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표현의 자유는 제한할 수 없는가

입력
2015.01.2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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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프랑스 파리의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의 사무실에서 테러 사건이 발생했다. 칼라시니코프(AK-47) 소총과 로켓발사기로 무장한 테러범들은 편집국에 난입해 편집회의 중인 기자들을 향해 무차별 사격을 가했다. 테러범들은 편집장과 편집장을 보호하던 경찰까지 살해했다. 테러로 인해 사라진 생명은 12명에 이른다.

파리 시민들은 희생자에 대한 추모 집회에서 “나는 샤를리다(Je suis charlie)”라는 슬로건을 외쳤다. 샤를리 에브도에 대한 테러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며 테러로 인해 표현의 자유가 제한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샤를리 에브도가 표현의 자유를 남용했다며 “나는 샤를리가 아니다(Je ne suis pas charlie)”라는 슬로건도 등장했다. 표현의 자유는 절대적인 권리가 아니며 한계가 있다는 주장이다. 양측 모두 샤를리 에브도에 대한 테러가 자신과 다른 견해에 폭력으로 대응한 만행이라는 점에는 동의한다. 다만 종교나 문화적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표현의 자유에 제한을 둬야 하는 지를 놓고 의견이 갈린 것이다.

위와 같은 논쟁의 배경에는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각국이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는 데 있어 이중적 잣대를 적용한다는 지적이 존재한다. 예를 들면 프랑스, 독일, 벨기에 등 유럽 주요 국가는 반유대주의 표현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고 ‘홀로코스트 부정 금지법’이 제정돼 있어 이를 위반한 경우 사법처리 대상이 된다. 반면 반이슬람주의 표현에 대해서는 특별한 규제가 없다. 표현의 자유가 종교ㆍ인종에 따라 차별적으로 적용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나아가 테러범들이 표현의 자유에 대한 이중 잣대 속에서 잉태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테러범들은 알제리 이민자의 후손이다. 프랑스는 20세기 중반부터 자국의 부족한 노동력을 채우기 위해 이민자를 받아들였으나 이들은 사회에 완전히 동화되지 못했다. 이민자들의 이슬람교에 대한 절대적인 신봉은 사회에서 인정되기 어려웠고, 사회적 다수에게 이민자들은 다른 종교를 지닌 다른 인종이었다. 결국 이 차이점을 간과한 표현의 자유에 대한 반발이 폭력적 테러의 원인이 됐다는 것이다.

다수의 소수에 대한 표현을 놓고 발생하는 갈등은 비단 프랑스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사회도 성별, 지역, 인종에 따른 차별적 표현들이 많고 이로 인해 적지 않은 갈등이 발생한다. ‘리틀싸이’로 불리던 황민우군은 베트남 국적을 가진 어머니로 인해 차별적 표현의 대상이 됐으며, 외국인 산업연수생에 대한 차별 표현 또한 만연하다. 지역 차별적 표현은 어디서나 들을 수 있다.

차별적 표현으로 인한 갈등은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차별적 표현은 남성, 다수 인종 등 사회적으로 우월한 지위에 있는 사람들의 의사표시이다. 여성, 소수 인종, 소수 종교인 등 사회적으로 열악한 지위에 있는 사람은 우월한 지위에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차별적 표현을 할 수도 없다. 권력과 힘의 차이로 인해 소수자들의 억울함은 묻히기 쉽다. 차별적 표현에 대한 문제제기 자체도 쉽지 않은 것이다.

물론 차별적 표현에 대해 현행법상 명예훼손죄, 모욕죄 등을 적용해 처벌할 수는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차별적 표현은 집단적 명예훼손으로 간주돼 처벌이 쉽지 않다. 법원은 “구성원 개개인에 대하여 표현하는 것으로 여겨질 정도”가 될 경우에만 처벌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차별적 표현 대부분이 집단을 상대로 행해진다는 점에서 차별적 표현을 규제하기는 쉽지 않은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달 일본최고재판소가 내린 판결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본최고재판소는 극우단체인 ‘재일특권을 허용하지 않는 시민모임(재특회)’의 “조선인은 일본을 나가라”, “스파이의 자식들” 등의 차별적인 표현에 대해 “재일조선인을 혐오ㆍ멸시하고 일본 사회에서의 공존을 부정하는 시위는 인종차별에 해당하기 때문에 법으로 보호할 가치가 없다”고 판단했다.

표현의 자유는 인간이 가져야 할 중요한 권리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가 이중적으로 적용되고 약자를 억누르는 방식으로 악용된다면 갈등을 막기 위해서라도 이를 규제할 필요성이 있다.

허윤 법무법인 예율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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