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수요일 : Popular Phrases)
서양에 “도둑 사이에도 의리가 있다(There is honor even among thieves)”는 말이 있다. 문장 속 honor는 한국식 의리와 차이가 있다. 동양의 의리는 부도덕과 비리가 있어도 편을 들어야 하는 것이지만 서양에서는 의리가 honor와 integrity를 의미한다. 아랍 문화에는 “지식은 노력해서 얻을 수 있지만 명예는 모험을 해야 얻는다(God sells knowledge for labor -- honor for risk)” “좋은 종자의 말은 안장이 좋지 않다고 해서 불명예 소리를 듣지는 않는다(A horse of good breed is not dishonored by his saddle)”는 말이 있다.
소크라테스는 “세상에서 가장 명예롭게 사는 최고의 방법은 욕망대로 사는 것(The greatest way to live with honor in this world is to be what we pretend to be)”이라며 명예나 존경이 허망한 것임을 강조했다. 그의 제자 플라톤은 “진실보다 사람에게 의리를 보여서는 안 된다(You should not honor men more than truth)”면서 진실 추구를 강조했다. 플라톤의 제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존엄은 명예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받는 양심 속에 있다(Dignity consists not in possessing honors, but in the consciousness that we deserve them)” “친구보다는 진실을 쫓아야 존경 받는다(Piety requires us to honor truth above our friends)”고 말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Syrus는 “명예는 지키려고 할 필요가 없는 것(Honor does not have to be defended)”이라면서 “명예는 인간의 마지막 자존심(What is left when honor is lost?)”이라고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 어록을 종합하면 오늘날 우리가 생각하는 ‘끼리끼리 뭉치는 의리’는 honor도, respect도 아니며 경건할 정도의 piety는 더더욱 아니다.
체면(saving face)을 중시하는 것이나 의리를 강조하는 것이 영어의 honor는 아니다. 그래서 어떤 철학자는 “Being loyal is a great quality? Don’t mix it up with servitude(의리가 좋은 것일까? 그것은 노예 근성일 뿐)”이라고 말하며 ‘stupid loyalty’를 동양식 의리라고 부른다. 심지어 “Loyalty is dumb and stupid”라고 말하기도 한다. 왜냐하면 의리는 서로 대가를 기대할 때 작용하므로 저급의 ‘상호 충성’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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