市, 학술조사 연구용역 중간 보고
천연기념물 제263호인 제주시 조천읍 산굼부리(분화구의 제주 방언)는 폭발이 없는 마그마 공급 부족에 따른 함몰형인 ‘피트(Pit)형 분화구’라는 연구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는 그 동안 알려진 화산 폭발에 의한 ‘마르(Maar)형’이라는 문화재청의 문화재 자료는 오류라는 지적이다.
제주시는 20일 열린‘산굼부리 분화구 종합 학술조사 및 보존ㆍ활용방안 연구용역’중간보고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공개했다. 이번 용역은 산굼부리 분화구의 지형ㆍ지질학적 구조와 식생분포 양상의 정밀한 모니터링을 통해 효율적인 관리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지난해 7월 부산대학교 산학협력단에 의뢰해 7월까지 1년간 진행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산굼부리는 산체에 비해 매우 크고 깊은 분화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산굼부리 분화구의 성인(成因)을 마르형이라고 추정했다. 하지만 조사 결과 산굼부리 분화구에서는 어떠한 폭발의 흔적도 발견할 수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질조사는 분화구 내부를 북동·북서·남동·남서 등 4개 방향으로 나눠 야외조사를 진행, 총 34개의 표본을 채취해 이뤄졌다.
마르형 분화구는 폭발적 화산활동(수성화산활동)이 지표면 아래 지하수면 부근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폭발 시 분출물은 공중으로 비산(飛散)돼 화구 주변에 수성 쇄설물이 퇴적된다. 화구 내부는 깔때기 모양의 형태가 되며 바닥은 호수 또는 늪지로 형성된다.
반면 산굼부리는 용암분출을 일으킨 마그마의 공급이 갑자기 줄어들거나 마그마가 다른 곳으로 이동함으로써 생긴 지하의 빈 공간이 무너져 내리면서 만들어진 지형으로, 함몰분화구(Pit Crater)라는 것이다.
제주도 세계자연유산관리단 전용문 지질학박사는 “산굼부리는 용암과 송이로 구성돼 있을뿐 강력한 화산폭발에 의해 생성됐다면 화산재가 쌓여 있어야 하지만 화산재가 없어 수성화산체인 마르형 분화구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1970~1980년대 일부에서 산굼부리의 희귀성과 독특함을 강조하기 위해 ‘마르형’이라고 잘못 표현한 것을 체계적인 조사와 검증 없이 그대로 사용하는 바람에 정부의 문화재 자료에까지 그렇게 된 것으로 추정했다.
문화재청은 산굼부리를 ‘한라산의 기생화산 분화구로 다른 분화구와 달리 낮은 평지에 커다란 분화구가 만들어져 있으며, 진기한 모양을 하고 있다’며 바깥둘레 2,067m, 안쪽 둘레 756m, 깊이 100~146m 등으로 소개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지금까지 연구결과로는 산굼부리가 마르형이라고 추정할 만한 어떠한 흔적도 발견할 수 없어 앞으로 화산 형태에 대한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토대로 관련 내용을 수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번 용역조사에서 식물은 각시족도리풀, 제주광나무, 새우란 등 총 77과 174종 서식이 확인됐다. 특히 조류는 법정보호종인 천연기념물로 두견이, 팔색조와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긴꼬리딱새 등 6목 19과 244개체가 관찰됐다. 곤충류는 12목 50과 177종으로, 멸종위기 야생생물2급인 애기뿔소동구리가 확인됐다.
정재환기자 jungj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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