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와 함께 찾아온 담뱃값 인상 소식에 하루에 한 갑 이상 담배를 피우던 직장인 전모(27)씨는 담배의 양을 줄이는 대신 타르와 니코틴 함량이 높은 제품으로 바꿨다. 전 씨는 “처음에는 하루 딱 3개비만 피우려고 했지만 오히려 감질이 나서 못 참겠더라”며 “독한 담배로 바꾸니 적게 피워도 충분하게 느껴진다”고 전했다.
담뱃값이 오르면서 전씨처럼 ‘독한 담배’를 찾는 흡연자들이 늘고 있다. 타르와 니코틴 함량이 높은 담배를 조금만 피워 담뱃값은 아끼면서도 흡연의 효과는 유지하려는 흡연자들의 차선책인 셈이다.
2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18일까지 A편의점에서 판매된 필립모리스의 말보로 5종(레드ㆍ미디엄ㆍ골드ㆍ실버ㆍ원) 중 타르와 니코틴 함량이 가장 높은 ‘레드’의 매출 비중이 30.4%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5종 가운데 레드가 차지하던 23.7%보다 약 7%포인트 높은 수치. 말보로 레드는 타르가 8.0mg, 니코틴이 0.7mg 함유돼 독한 담배의 대명사로 불린다.
다른 담배 제품들에서도 독한 담배의 판매량이 증가했다. 최근 새로 출시된 던힐 4종 제품(6mgㆍ3mgㆍ1mgㆍ프로스트) 중 가장 독한 6mg 제품의 매출 비중은 8%로 늘어 지난해 초 판매된 기존 던힐보다 1%포인트 늘었다. 에쎄 기본 6종(클래식ㆍ프라임ㆍ원ㆍ아이스ㆍ아이스 원ㆍ프레소)에서 타르가 6.5mg, 니코틴이 0.65mg인 ‘클래식’의 매출 비중도 1년 사이 3.8%에서 4.2%로 뛰었다.
B편의점 역시 이 기간 동안 말보로 5종의 매출 가운데 레드의 매출이 24.2%에서 30.5%로 6%포인트 이상 늘었다. 던힐 4종에서도 6mg 제품 매출 비중은 51.2%에서 63.3%로, 에쎄 6종 가운데 클래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3.7%에서 4.0%로 증가했다.
특히 국내산 담배보다 외국산 담배에서 이 같은 경향이 두드러졌다. 업계 관계자는 “외국산 담배는 상대적으로 젊은 세대에서 많이 찾기 때문에 가벼운 주머니 사정을 감안해 담배를 조금이라도 덜 피워보려 독한 담배를 구입하는 것으로 보인다”이라고 설명했다.
전혼잎기자 hoi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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