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종단·대륙 철도 시법운행 광복 70주년 남북공동 문화행사 등
북핵 해결 위한 '선제적 예방외교 지난해 투 트랙 접근서 이름만 바꿔
통일외교안보 부처가 19일 2015년 업무보고를 했지만 찬사보다는 비판적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상대방인 북한의 호응 없이는 실현 가능성이 낮은 정책이 남발됐고 과거 나왔던 정책을 재탕 삼탕한 경우가 태반이었기 때문이다. 대부분 부처가 통일만 갖다 붙이면서 실효성 있는 정책은 하나도 내지 못했으며 그나마 나온 안보정책들도 현실 타당성이 극히 낮다는 평가를 받았다.
행동 따로 말 따로 모순된 통일정책
통일부 외교부 국방부 등의 업무보고를 관통하는 기조는 본격적인 통일 준비였다. “2014년 ‘통일대박’을 기조로 평화통일 기반 구축 개론이 제기됐다면 올해는 각론을 제시했다”는 게 정부 고위 당국자의 설명이었다.
하지만 이날 제시된 각론 중 실현 가능성이나 창의성 등에서 만점을 받을 만한 정책은 거의 없었다는 게 중평이다. 정부의 기존 입장과 모순되거나 북한 호응은 생각하지 않고 백화점식으로 정책을 나열한 측면도 있다는 지적이다.
가장 큰 모순은 남북교류를 막았던 정부가 이제 와서 곧 교류협력에 나설 것처럼 한 대목이다. 이명박 정부 이후 단절했던 남북 경의선 철도에 대해 통일부는 한반도 종단철도ㆍ대륙철도 시범운행, 외교부는 유라시아 친선특급 등의 재연결 방안을 제시한 게 대표적이다. 개성까지 연결된 철도도 활용하지 못했던 정부가 엉뚱한 교류협력 시범사업을 제시한 격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북한 응원단의 아시안게임 참가를 사실상 막았던 정부가 이번에는 광복 70주년 남북 공동 문화행사 등을 제안한 것도 모순적 행태라는 비판이 나오는 지점이다.
통일부의 경우 통일준비위원회 존립 근거를 법률로 만드는 가칭 평화통일기반구축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기존에 존재하는 남북관계기본법이나 대통령령으로 규정한 통준위 설치 근거와 중복되는 측면이 있다. 또 통일헌장 제정의 경우 박정희 정부를 비롯 역대 정부에서 이미 제시된 통일 원칙이 여럿이고, 북한이 반발하는데도 밀어붙이는 모양새가 연출됐다.
재탕 삼탕 정책에 ‘통일’만 갖다 붙여
대통령의 관심사를 좇아 모든 정책에 ‘통일’을 갖다 붙인 대목도 빈축을 샀다. 외교부의 경우 국제구호활동 주도적 참여, 글로벌보건안보구상(GHSA) 2차 회의 등의 정책 추진 계획이 ‘통일 과정에 필요한 국제적 역량 구축’으로 포장됐고, 한국 멕시코 인도 터키 호주 등 중견국 협력기구인 믹타(MIKTA) 회의 추진은 ‘통일네트워크 확충’으로 설명됐다. 심지어 윤병세 외교장관의 1월 다보스포럼 참석도 ‘국제시민사회 내 통일혜택 공감대 확산’이라고 밝혔다.
외교부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선제적 예방외교’를 제시했으나 지난해 ‘원칙과 실효성에 입각한 투 트랙 접근’에서 한 발도 나가지 못했다. 지난 1년 북핵 해결에 진전이 없는 상태에서 이름만 바꾼 북핵 해법을 제시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이어진다. 북한 비핵화와 남북관계 개선간 선순환 도모도 통일부와 외교부간 온도차가 느껴지는 정책이다.
현실성 떨어지거나, 북 자극하는 안보 정책
안보 분야에서도 현실성 문제가 주로 지적됐다. 국방부는 북한 핵, 대량살상무기(WMD) 등 비대칭전력 대응을 위해 레이저빔, 고주파 무기 등 ‘역비대칭전력’ 확충 계획을 밝혔지만, 레이저빔 개발 등은 몇십년이 걸릴 지 모르고, 예산계획도 없이 급조됐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국가보훈처의 경우 통합진보당 해산을 ‘평화통일 추진 여건 조성’의 사례로 들고, “북한의 대남전략이 얼마나 위험한지” 같은 논란의 여지가 있는 보도자료를 냈다. 또 애국심 함양, 한미동맹 중요성 등을 알리는 나라사랑 교육을 강조했으나 정부의 남북 이질성 축소 기조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대북문제 전문가는 “남북관계의 신뢰를 회복하고 한반도에 평화를 구축하기 위한 속 깊은 정책보다는 보여주기식 포장, 정책과 실행이 모순되는 행태 등만 보였다”라고 비판했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통일 준비라는 것이 북한의 협력을 얻지 못하는 상황에서 결국 국내 정치용으로 사용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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