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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대통령이 테러조사 방해" 아르헨 검사 피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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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대통령이 테러조사 방해" 아르헨 검사 피살

입력
2015.01.19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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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경찰관들이 19일 숨진 니스만 연방검사의 자택이 있는 아파트 앞을 가로막고 있다부에노스아이레스=AP 연합뉴스
아르헨티나 경찰관들이 19일 숨진 니스만 연방검사의 자택이 있는 아파트 앞을 가로막고 있다부에노스아이레스=AP 연합뉴스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1990년대에 발생한 폭탄테러 사건과 관련해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대통령이 진상조사를 방해한다는 의혹을 제기한 검사가 총격으로 사망했다.

19일 아르헨티나 언론에 따르면 1994년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있는 이스라엘-아르헨티나 친선협회(AMIA)에서 일어난 폭탄테러 사건 조사에 참여해온 알베르토 니스만(51) 연방검사가 전날 자택에서 총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됐다. 아르헨티나 언론은 니스만 검사가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부촌인 푸에르토 마데로에 있는 자택의 화장실 욕조에 숨져 있었으며, 시신 옆에서 22구경 권총과 탄피 하나가 발견됐다고 전했다.

니스만 검사 사망 사건 조사를 맡은 비비아나 페인 연방검사는 아르헨티나 국영 뉴스통신 텔람에 “니스만 검사는 머리에 총격을 받고 숨진 것으로 보인다”면서 “부검을 해봐야 정확한 사망 원인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페인 검사는 이어 “조사가 끝날 때까지는 아무런 말을 할 수 없다”며 사건 원인과 관련한 신중한 보도를 주문했다.

아르헨티나 보안부도 성명을 내고 니스만 검사가 아파트 13층에 있는 자택에서 숨져 있었다고 밝혔다. 보안부는 니스만 검사가 18일 저녁부터 전화를 받지 않고 현관 초인종에도 답하지 않았으며, 경호를 맡은 연방경찰 10명이 니스만 검사의 모친과 함께 문을 따고 들어가 시신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니스만 검사는 페르난데스 대통령 등이 AMIA 폭탄테러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이란과의 관계 정상화로 석유를 확보하려고 진상 조사가 진행되지 못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켰다. 니스만 검사가 지목한 인사에는 엑토르 티메르만 외교장관과 안드레스 라로케 연방의원을 비롯한 여당 인사들, 전직 연방검사와 연방판사, 대통령의 개인 비서, 카를로스 메넴 전 대통령(1989∼99년 집권)도 포함됐다.

니스만 검사는 페르난데스 대통령과 티메르만 장관이 폭탄테러 사건의 용의자 가운데 최소한 이란 당국자 2명의 처벌을 막았다면서 이들의 증인 출석을 요구했다. 그는 19일 오후 의회 비공개 청문회에 출석하기로 예정돼 있었다.

니스만 검사는 이란 당국자와 아르헨티나 정보기관원, 아르헨티나의 협상 중개인 간에 이루어진 전화 통화 기록을 증거로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아니발 페르난데스 대통령실장은 “아무 근거가 없는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며 강하게 부인했다.

니스만 검사의 의혹 제기와 사망에 대해 야권과 아르헨티나 내 유대인 사회는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야당의 파트리시아 불리치 연방의원은 방송 인터뷰에서 “지난 17일 니스만 검사와 세 차례 전화 통화를 했으며 살해 위협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면서 니스만 검사 사망에 대해 의원들과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유대인 단체들은 니스만 검사가 제시한 증거들을 즉각 공개하라고 아르헨티나 사법 당국에 촉구했다.

중남미 지역 최악의 테러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AMIA 폭탄테러 사건은 1994년 7월18일 발생했다. 이 사건으로 85명이 사망하고 300여 명이 다쳤다. 니스만 검사는 페르난데스 대통령의 남편인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2003∼2007년 집권) 정부 시절인 2004년부터 AMIA 사건 조사에 참여했다.

그는 같은 해 이란이 레바논 무장세력인 헤즈볼라를 이용해 테러를 저질렀다며 이란 측 용의자들을 기소했다. 그러나 이란 당국은 이를 줄곧 부인해왔으며 용의자들에 대한 조사도 이뤄지지 않았다. 아르헨티나와 이란은 2013년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테러사건을 공동조사하기로 협약을 맺었으나 니스만 검사와 유대인 측은 해당 조사위원회가 용의자 처벌을 막으려는 것이었다고 주장해왔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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