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사무처, 실무자 중심 팀제로" 세금도둑 발언 이어 인사 문제삼자
野 "의도적인 흠집 내기" 반박, 진상조사위 활동 위축될까 우려
세월호 참사 진상조사위원회가 첫 발을 떼기도 전에 정치 공방에 휩싸이며 삐걱대고 있다. 여당이 ‘세금도둑’이라며 조사위 인력 구성과 예산 규모를 문제 삼자 야당에선 “근거 없는 흠집내기”라고 비판하며 여야 대립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조사위와 세월호 가족대책위 내부에선 제대로 된 위원회가 진상규명은커녕 여야의 정치 공세 도구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與 “메머드급 조사위” 野 “힘 빼기 전략”
논란은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이 지폈다. 그는 지난 16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조사위의 불필요한 인력 및 예산 항목 등을 지적하며 “이 같은 조직을 만들려고 구상 한 분은 아마 공직자가 아니라 세금도둑이라고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조사위 사무처는 위원장 산하 4개국에 14개과를 설치하고, 세월호 특별법이 정한 120명 정원을 초과하는 125명 인력을 배치한다. 김 의원은 “도대체 위원장에 정책보좌관이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며 “사실상 여성가족부나 방송통신위원회 등의 정부 부처보다 큰 규모로, 인력 구성에 고위직 공무원 비율이 높은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새누리당이 추천한 인사까지 조사위 내부 투명성 문제를 지적하며 논란은 확산됐다. 황전원 비상임위원은 19일 “조사위 설립준비단의 예산 논의 과정이 깜깜이로 진행되고 있다”며 예산 내역 공개를 촉구하는 한편 사무처를 실무자 중심의 팀제로 변경, 조사위원도 무보수 명예직으로 근무하자고 제안했다. 황 위원은 전날 자신의 사퇴를 촉구한 새정치민주연합 서영교 원내대변인을 향해서도 “조사위를 투명하게 운영해 예산을 절감하자는 주장을 하는 것에 대해 사퇴를 요구하는 것은 국회의원의 갑질”이라고 반박했다.
새정치연합과 진상조사위 측은 “의도적인 흠집내기”라고 반박하고 있다. 우윤근 원내대표는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세금도둑이라는 표현은 조사위와 위원들을 도둑으로 칭하는 비상식적이고 인격 모욕적인 발언”이라며 “진짜 세금 도둑은 사자방에 100조원을 낭비한 이명박정부 아니냐”고 맞받았다.
조사위 설립추진단 역시 “특별법 규정에 맞게 예산 및 사무처 규모를 관련 정부 부처와 협의 중이고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새정치연합 원내 관계자는 “새누리당 입장에선 진상조사위 활동이 커지면 커질수록 골치 아파지는 거 아니냐. 인력과 돈에서부터 규모를 줄여 초반부터 힘을 빼려는 전략인 것 같다”고 말했다.
진상조사위 독립성 훼손, 진영 간 대리전 우려
진상조사위와 세월호 가족 대책위 내부에서는 이번 논란으로 조사위 활동이 위축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설립추진단 내부적으로 논의하던 내용이 여당 원내수석부대표에게 비공식적으로 흘러 들어간 것부터 납득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진상조사위 소속 관계자는 “조사위에 참여하는 해수부 공무원이 김 의원에게 문서를 전달했다고 하는데 이렇게 수시로 보고하는 체제면 위원회 독립성이 유지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세월호 유가족들 역시 진상조사위 활동이 무력화되는 것 아니냐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가족대책위 박주민 변호사는 “앞으로 진상조사위 활동이 여야 간 진영 논리를 대변하는 싸움의 장으로 변질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여당 추천 몫 위원이 자신이 속한 위원회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선 데 대해서도 내부 갈등을 키워 조직을 흔들려는 정치적 의도가 담겨 있다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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