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공연 등 예산 삭감 집중 토로
조직 사유화ㆍ개인 처우 문제도 거론
세종문화회관 내 서울시립교향악단 연습실의 스타인웨이 피아노가 모처럼 존재감을 발휘했다.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이 19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1시간 동안 의견을 밝힌 뒤 슈만의 ‘꿈’ 등을 들려준 것이다. 앞서 1시간여 동안 진행된 회견의 긴장감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정 감독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재계약 문제에 대해 “서울시향 전용 콘서트홀 건립과 서울시의 지원 확약이 관건”이라며 “두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향후 계약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감독의 재계약 기한은 지난해 말이었으나 박현정 전 대표의 발언 논란 등으로 시기를 놓쳐 임시로 1년 연장한 상태다. 정 감독은 전용 콘서트홀 건립 등이 서울시향의 발전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향 전용 콘서트홀 부지를 물색하고 있다면서 세종문화회관 옆에 있는 세종로 공원을 유력 후보지로 판단하고 부지 적합성 등을 조사하기 위한 용역비 2억원을 올해 예산에 반영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세종로 공원에 전용 콘서트홀이 들어서면 이제껏 강남에 집중됐던 클래식 공연을 강북 주민들도 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서울시내에서 대형 오케스트라 공연을 할 수 있는 전용공간으로는 서초동의 예술의공간이 유일하며 강북에는 세종문화회관이 있지만 다목적 홀이어서 클래식 공연에 적합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 감독은 “서울시향은 예술감독인 내가 희망을 가질 수 있게 해야 한다”면서 “서울시향의 예산이 3년 전에 비해 20% 정도 삭감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4월로 예정됐던 서울시향의 미국 투어 예산이 전액 삭감된 사실을 거론하며 “서울시향이 펑크만 내는 오케스트라로 세계 무대에서 알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도 정 감독은 “서울시향이 지금껏 미국에서 1회, 유럽에서 2회 투어를 했는데 그때마다 표가 매진되는 등 현지에서 극찬을 받았다”며 “해외 녹음 작업 역시 오케스트라 훈련에 도움이 되고 국제적 인정과 명성을 얻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감독은 “지난 10년 사이에 서울시향은 아시아 정상을 차지했다”며 “이제는 세계 최고도 가능하며 그것이 우리의 최대 존립 근거”라고도 했다.
박현정 전 대표가 제기했던 ‘정명훈의 조직 사유화’ 등의 주장과 관련해 정 감독은 “외국에서는 예상할 수 없는 문제 제기”라며 “시의회가 관련 사항의 설명을 요구하면 언제든 응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또 자신이 과도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과거 프랑스, 일본, 중국 등지에서 받았던 것과 비슷하게 달라고 했던 것”이라며 “내게 기대한 만큼 내가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날 회견장에 배석한 임병욱 서울시향 경영본부장은 “서울시향의 콘서트가 전회 매진을 기록한 것은 오랫동안 면밀하게 준비한 결과”라고 말했다. 임 본부장은 “정 감독의 소관 사항은 단원과 관련한 일에 국한된다”며 “경영본부측과 분리돼 있는 정 감독에게는 서울시향의 법인 카드도 없다”고 덧붙였다.
장병욱 선임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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