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교수의 성 추문이 또 불거졌다. 서울의 한 사립여대는 최근 중문과 A교수가 학생과 조교 등을 상습적으로 성희롱 해 왔다는 진정을 접수하고 조사 중이다(본보 16일자 12면 보도). 진정에 따르면 A교수는 속옷 차림으로 조교를 연구실로 부르거나 수업 중 “나는 야동(야한 동영상) 보는 것보다 (성관계를) 하는 게 더 좋다”는 등의 발언을 쏟아냈다.
A교수의 성희롱 대상은 학생들뿐이 아니었다. 주말부부인 후배 여교수에게 대놓고 “예쁘지도 않은데 떨어져 살면 남편 바람나 이혼한다”고 말하는 등 교수들에게도 폭언을 서슴지 않았다고 한다. 본보 보도 이후 추가 피해 증언도 잇따르고 있다.
대학이 ‘지성의 전당’으로 일컬어지던 시절이 지난 지 오래라지만, ‘성범죄의 온상’으로까지 전락한 현실은 참담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이런 문제가 최근 들어 유독 많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간 불이익이 두려워 입을 닫았던 피해자들이 용기를 내 고발하면서 감춰졌던 치부가 드러났다고 보는 게 맞다. A교수를 비롯해 최근 불거진 교수들의 성추행ㆍ성희롱이 대개 오랜 기간 상습적으로 이뤄져 왔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교수들의 성범죄는 우월적 지위를 악용한 ‘갑(甲)의 횡포’의 전형이다. 이런 범죄행위가 대학가에 고질병처럼 번진 데는 대학 당국의 책임이 크다. 문제가 불거지면 철저한 진상 조사와 재발 방지책 마련이 뒤따라야 하지만 대개는 서둘러 덮거나 축소하기에 급급하다. A교수의 소속 대학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 10월 졸업생들이 학교측에 피해 사실을 알리고 진상 조사와 처벌을 요구했으나 대학본부는 A교수와 피해 학생들을 즉각 분리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심지어 대학본부 고위관계자는 A교수를 감싸거나 진정을 낸 교수들에게 “학과에 불이익이 클 것”이라는 경고성 발언도 했다고 한다.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기도 전에 해당 교수의 사표를 받아 서둘러 면직 처리하는 관행도 문제다. 면직은 해임이나 파면과 달리 퇴직금 및 연금 수령, 재취업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아 면죄부나 다름없다. 실제로 서울대, 고려대 등은 성추행 혐의로 조사를 받던 교수들을 의원면직하거나 하려 해 거센 반발을 불렀다. 학내 인권센터 등의 운용이 대학본부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해 조사가 공정하게 이뤄지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정이 이러니 피해자들이 고발을 망설이게 되고 그 사이 교수들의 일탈은 도를 더할 수밖에 없다. 얼마 전 조사에 따르면 대학원생의 45.5%가 교수로부터 성추행 성희롱 언어폭력 등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언제까지 이런 부끄러운 현실을 방치할 것인가. 대학 당국은 시대착오적인 온정주의를 벗고 학내 성범죄 사건들을 엄정하게 처리해야 한다. 더불어 성범죄의 온상이 돼 온 ‘갑의 횡포’를 근절하는 데도 힘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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