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농구 올스타전 남부선발 승리
토종 선수 5명과 외국인 선수 5명이 맞붙는다면.
국제 대회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이 18일 청주체육관에서 열린 2014~15 여자프로농구 올스타전에서 연출됐다.
정인교(46) 남부선발 감독이 경기 초반 12점까지 뒤지자 특단의 조치를 취하면서다. 정감독은 1쿼터 5분18초를 남기고 스타팅 멤버 최윤아 김단비(이상 인천 신한은행) 이미선(용인 삼성) 변연하 강아정(청주 KB스타즈)을 모두 벤치로 불러 들였다. 대신 외국인 선수 5명을 투입하는 ‘깜짝’ 카드를 꺼내 들었다.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부천 하나외환, 춘천 우리은행, 국민 KDB생명으로 구성된 중부선발 토종 선수들이 잇따라 공격 리바운드를 따냈다. 하나외환 강이슬은 특히 1쿼터에만 3개의 공격리바운드를 잡았다. 상대 모니크 커리(삼성), 쉐키나 스트릭렌(KB스타즈)이 당황할 정도였다.
2쿼터, 이번엔 위성우(44) 중부선발 감독의 차례였다. 쿼터 시작과 동시에 리그 최장신 린제이 테일러(203㎝ㆍKDB생명)를 내보내는 등 외국인 선수로만 5명을 채웠다. 이에 맞선 남부선발은 토종 5인방. 여기서도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용병들과 매치업을 한 남부선발 선수들이 연거푸 공격 리바운드를 수확하며 팬들을 열광시켰다. 코트가 뜨겁게 달아오르자, 정 감독과 위 감독은 아예 3쿼터 외국인 선수들의 5대5 맞대결을 만들며 볼거리를 선사했다. 국내에서 벌어진 미국여자프로농구(WNBA)였다.
경기에서는 남부선발이 97-94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남부선발 강아정은 전반에만 21점을 넣는 등 양팀 최다 23점으로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기자단 투표 결과 유효표 77표 중 64표였다. 중부선발 샤데 휴스턴(우리은행ㆍ21점)은 승부처인 4쿼터에 15점을 쏟아 부었지만 팀이 패하면서 MVP에서도 멀어졌다.
여자프로농구 최고의 인기 스타 신지현(하나외환)과 홍아란(KB스타즈)은 3쿼터 작전 타임 때 드레스를 차려 입고 ‘거위의 꿈’을 열창해 눈길을 끌었다. 경기 전 “노래에는 자신 없다. 굳이 따지면 춤이 더 좋다”던 신지현과 홍아란은 음이탈 없이 화음까지 넣어 박수를 받았다. 이 밖에 올스타 용병 12명과 코칭스태프 9명은 유소녀 선수들과 줄다리기를 했으며, 경기 뒤에는 사인회를 통해 팬들과 만났다.
생애 첫 MVP를 수상한 강아정은 “정규시즌 때는 경기 중 코트에서 웃어 본 기억이 별로 없다. 그러나 오늘은 정말 즐겁게 경기했던 것 같다”며 “기량이 뛰어난 다른 팀 용병들과도 호흡을 맞춰 볼 수 있어서 좋았다”고 했다. 홍아란은 “매일 순위 싸움으로 스트레스를 많았는데, 이번 올스타전으로 기분 전환이 됐다”며 “사실 거위의 꿈을 연습할 때부터 스트레스가 싹 풀렸다”고 웃었다.
청주=함태수기자 hts7@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