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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전임 대통령의 자원외교와 혈세 탕진

입력
2015.01.18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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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 국회에서 자원외교 비리의혹 국정조사 요구서가 의결됨에 따라, 이에 대한 100일 간의 국정조사가 시작됐다. 4대강 사업 국정조사는 무산됐지만, 자원외교 국정조사는 추진하게 된 것이다. MB(이명박)정부 당시 주류였던 친이계 인사들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여권 내부의 역학관계와 향후 여야관계에 관한 고려 등이 반영된 결과라고 하겠다.

야권은 MB정부에 초점을 두고 “대국민 사기극인 자원외교의 실체를 밝히겠다”고 날을 세웠다. 반면, 여권은 “역대 정부의 해외 자원개발 사업을 모두 확인하겠다”며 물타기를 했다. 국조특위의 구성을 보면, 여권의 친이계와 야권의 친노계가 정면 대립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자원외교 비리 의혹은 여야 간, 계파 간 갈등으로 인해 문제의 본질이 흐려져서는 안 될 심각한 사안이다. MB정부의 자원 외교는 단순한 정책 실패가 아니라 권력형 부정비리로 의심되기 때문이다. 그 정황은 감사원 감사와 국회 국정감사 등을 통해 속속 드러났다.

MB정부는 최우선 국정과제로 ‘저탄소 녹색성장’을 내세웠고, 그 일환으로 자원의 자주개발률(自主開發率ㆍ자원 수입 물량 중 우리나라가 해외 개발 및 투자에 참여해 확보한 자원 물량의 비율)을 높일 것을 천명했다. MB와 그 주변 인물들은 자원외교에 발 벗고 나섰고, 관련 공기업들은 자원개발에 앞 다투어 뛰어들었다. 그러나 불과 몇 년 만에 이들이 추진했던 사업들은 세간의 의혹을 받으면서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MB는 임기 내내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자원개발 관련 정상회담을 열었고 협약을 맺었다. 5년 동안 무려 49차례 84개국을 방문했고, 이에 지출된 세금만도 1,200억원에 달했다. MB의 친형 이상득 전의원은 특사 자격으로 해외 출장이 잦았고, ‘왕차관’으로 불렸던 박영준 전차관은 사업을 진두지휘했다. 이들은 모두 구속되었지만, 당시에는 실세 중 실세였다.

이들이 수행한 자원외교는 부실 덩어리였다. MB정부는 세계 여러 자원 부국들과 71건의 자원개발 사업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그러나 이 가운데 본 계약으로 이어진 것은 단 한 건에 불과할 정도이다. 부실한 사업에 엄청난 혈세가 퍼부어졌다. MB정부에서 결정된 자원개발 사업에 공기업들이 쏟아 부은 금액은 현재까지 41조원에 달한다.

하지만 사업 실적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예로, 석유공사는 캐나다의 하베스트(Harvest)를 포함해 26개 유전개발 사업에 17조원 넘게 투자했다. 그러나 국내 비축용 도입이 가능한 광구는 달랑 2곳뿐이었다. 가스공사는 캐나다 가스광구 3곳에 1조원 가까이 투자했지만, 2곳은 이미 사업을 포기했고 6,600억원의 손실을 봤다. 광물자원공사는 멕시코 볼레오 구리광산 개발을 추진했지만, 이 광산은 구리 생산은 커녕, 인수 당시 이미 채무불이행 상태였다.

허황되게 부풀었던 꿈은 무너졌다. MB정부 5년 동안 세 공기업의 투자금액은 26조원인데, 회수금액은 3조6,000억원에 불과하다. 석유공사의 부채규모는 4.7배 늘어났고, 자원관련 공기업들의 총 부채는 무려 56조원에 달한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 계속 사업비가 나갈 것이라는 점이다. “2018년까지 31조원 이상의 추가 투자가 필요하고, 따라서 MB정부의 해외자원개발 총 투자비는 72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추정된다.

MB정부의 자원외교 실패는 단순한 판단 잘못이 아니라 범죄행위라고 할 수 있다. 극단적인 예로, 석유공사는 2009년 망해가는 유전개발업체 하베스트와 자회사 날(NARL)을 1조3,000억원에 매입, 2014년 9월 910억에 매각하면서 엄청난 손실을 보았다. 그런데, 더욱 기가 막히는 것은 날(NARL)이 캐나다 정부가 단돈 1달러에 팔았던 기업이었는데도 매입 과정에서 아무런 현장실사도 없이 1조원으로 부풀려 평가됐다는 사실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자행될 수 있었을까? MB는 “국정조사 못 할 거 뭐 있느냐. 내가 나가지 뭐”라고 말했다. 뻔뻔스러운 민 낯도 유분수다. MB정부의 자원개발 사업은 단지 사업성 검토 없이 무모하게 진행하다 실패한 것이 아니라, 권력형 비리로 엄청난 혈세를 탕진한 사업이라고 하겠다. 정치적 대립을 떠나 철저한 국정조사를 통해 비리 의혹을 파헤치고, 책임자를 처벌하는 것이 불가피한 것도 이 때문이다.

최병두 대구대 지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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