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승용 판사 게시판 글 파장 미미
대법, 대응 자제하고 분위기 살펴
"대법원장 결정 기다려 보자" 기류
신영철 대법관 후임자를 두고 법원 내부에서 발생한 ‘대법관 구성 다양화’ 논란이 잠복기에 들어갔다. 다만 양승태 대법원장의 임명제청에 따라 판사들이 집단 반발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법조계는 전망하고 있다.
16일 법원 등에 따르면 송승용(40ㆍ사법연수원 29기) 수원지법 판사가 14일 법원 내부 게시판인 코트넷을 통해 양 대법원장에게 “대법관 다양성 확보를 위해 신 대법관 후임 후보자에 대한 법원 내외부의 의견수렴 절차를 다시 거쳐달라”고 요구한 뒤, 일부 법원 관계자들이 ‘대법관 후보 추천위원회나 대법원이 한 통속 아니겠냐’ ‘추천위원장의 말대로 (후보들의) 다양성이 구축됐는지 의심스럽다’는 취지의 댓글을 달아 호응하고 있다.
하지만 판사들의 집단 행동 움직임까진 표출되지 않고 있다. 대법원이 공식 대응을 자제, 판사들이 양 대법원장의 최종 결론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보자는 기류가 강해졌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지방의 한 부장판사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 사건 판결에 대해 실명 비판한 김동진 부장판사 때처럼, 대법원이 즉각 내부여론 누르기에 나섰다면 평판사 등을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있었을 것”이라며 “대법원이 조용히 의견을 수렴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 (판사들이) 일단 대법원장의 결정을 지켜보자는 쪽으로 선회한 것 같다”고 전했다.
수도권의 한 평판사도 “아무래도 신 대법관이 일선 판사들에게 압력을 넣은 2009년 ‘촛불재판 파동’ 당사자였던 만큼, 젊은 판사들이 이번 후보자 제청 과정에 더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며 “사실관계 파악을 중요시하는 법관의 특성 상 대법원장의 결론을 들은 뒤 추가 반박 글이나 집단행동 등 행동 수위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키를 쥐고 있는 양 대법관은 이날도 내부 분위기 등을 살피며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 안팎에선 신중한 양 대법원장의 성향상 빨라도 20일 전후, 늦으면 이달 말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지금까지 대법관 후보자 추천을 받은 뒤 일주일 내에 제청한 경우는 없는 것으로 안다”며 “관행대로 10일 정도 뒤 제청 여부를 밝힐 수도 있지만, 법원 내부 분위기 등을 고려한다면 그보다 더 늦게 결론이 나올 가능성도 높다”고 밝혔다.
앞서 대법관추천위원회(위원장 김종인 가천대 석좌교수)는 강민구(56ㆍ14기) 창원지법원장, 박상옥(58ㆍ11기) 한국형사정책연구원장, 한위수(57ㆍ12기)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를 신 대법관 후임으로 양 대법원장에게 추천했다. 이후 젊은 판사들을 중심으로 “이번 후보자들도 보수성향의 ‘서울대 법대 출신, 남성, 50대 이상’의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반발 여론이 이어졌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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