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조정위서 전향적 제안 "퇴직 후 10년 이내 발병 땐 보상"
반올림 "퇴직 후 20년 내로 확대, 정신적 보상·사과 필요": 입장차
삼성전자가 반도체사업장에서 근무하다 질병에 걸린 근로자들에게 보상 범위를 넓힌 전향적 제안을 내놨다. 보상 대상 질병을 백혈병을 포함한 7종으로 확대하고, 담당직무ㆍ재직기간ㆍ발병 시기 등의 조건만 충족하면 인과관계와 상관없이 보상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삼성전자와 삼성직업병가족대책위원회,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반올림) 등 삼성전자의 직업병 보상문제 관련 이해당사자 24명은 16일 서울 미근동 법무법인 지평 회의실에서 열린 2차 조정위원회에 참석했다. 지난달 18일 1차 조정위에 이어 한 달여 만에 열린 이번 조정위에서 세 주체는 각자 마련한 사과 보상 재발방지 관련 제안서를 발표했다. 이례적으로 모든 협상 과정은 공개 진행됐다.
이날 삼성전자는 백혈병을 비롯한 혈액암 5종 모두를 보상 대상으로 삼고, 뇌종양과 유방암도 추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질병 발병자가 담당직무와 재직기간, 퇴직과 발병시기 등 최소한의 조건을 충족하면 인과관계를 고려하지 않고 보상하겠다는 입장도 제시했다. 이렇게 되면 퇴직 후 10년 이내에 발병한 경우, 퇴직 후 어떤 일을 했는지와 상관 없이 보상 대상이 될 수 있다.
보상금액은 사회 통념상 합리적 수준에서 책정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기존 산업재해 보상 제도나 중소기업 등의 입장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또 예방 대책과 관련해서는 공급업체의 영업비밀 물질에 대해 수시로 표본 조사를 실시해 유해성분 포함 여부를 점검하기로 했다. 안전ㆍ보건 관련 자료는 산업안전보건법이 규정한 보존 기간을 2배로 늘려 적용하되 최대 30년 이내에서 보존할 계획이다.
이에 반올림 측은 ▦퇴직 후 20년 이내 발병한 경우로 보상 대상을 더 넓히고 ▦정신적 보상도 함께 이뤄져야 하며 ▦삼성전자의 공식적인 사과가 우선돼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했다. 이전과 비교해 상당부분 공감대를 형성하긴 했지만 여전히 입장 차는 남은 것이다.
조정위원장인 김지형 전 대법관은 “각 주체들이 제안한 내용을 바탕으로 조정위가 가장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권고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서희기자 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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