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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스위스 쇼크

입력
2015.01.16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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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 글로벌 통화시장에 근래 보기 드문 강진이 발생했다. ‘쓰나미가 닥쳤다’는 표현까지 나왔다. 진앙지는 스위스 중앙은행(SNB). SNB는 당일 스위스프랑(CHF)의 지나친 가치상승(환율하락)을 막기 위해 그 동안 1유로 당 1.20CHF로 환율최저선을 설정하고, 시장개입을 통해 그 환율을 유지해온 최저환율제를 3년4개월 만에 전격 폐지했다. 그러자 세계표준시(GMT) 기준 07시 현재 유로 당 1.20이었던 CHF 환율은 17시30분 1.04까지 한때 40% 폭락(CHF 가치폭등)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 금융 선진국인 스위스가 2011년 이래 구태의연한 고정환율제를 유지해온 이유는 CHF의 지속적인 가치상승 압력 때문이었다. 스위스는 유럽연합(EU)과 유로존에 모두 들어가지 않은 유럽국가다. 그래서 CHF는 그 해 유럽을 휩쓸었던 국가부채 위기에서 벗어나 있었고, 최고의 안전자산으로 부상해 유럽 내 자본이 몰려들면서 ‘나 홀로 강세’를 탈 수밖에 없게 됐다. 그런 상황을 방치할 경우 상대적 가격급등으로 수출이나 관광 등 국내산업이 치명적 피해를 입게 되므로, 최저환율제라는 무리수를 도입한 것이다.

▦ 최저환율제 유지를 위한 SNB의 시장개입은 주로 막대한 양의 해외채권을 매입하는 것이었다. 그 과정에서 CHF를 매도함으로써 가치상승을 막아왔다. 최근까지 SNB가 그렇게 사 모은 해외 채권은 약 4,950억 CHF, 스위스 국내총생산(GDP)의 80%에 이르는 엄청난 규모다. 하지만 다음주 중 유럽중앙은행(ECB)이 역내 디플레이션 방지를 위한 대대적인 금융완화책을 또 다시 발표하면 CHF 상승압력은 더욱 가중된다. 따라서 스위스로서는 무리한 시장개입을 지속하는 대신, 금리인하와 양적완화 등을 통한 통화관리로 선회하는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 토마스 조단 SNB 집행이사회 의장은 “최저환율제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는 건 분명하다”며 “신속한 행동이 중요했다”고 전격 결정의 배경을 밝혔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인한 CHF 급등이 스위스 국내산업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 부각되면서 현지 증시(SMI)가 즉각 10% 폭락하는 등 찬반논란이 불거지는 모양새다. 스위스의 비밀스럽고 과감한 결정이 CHF 가격그래프에 어떤 미래를 그리게 될지 주목된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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