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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 너희들 봤나? 내가 한국 첫 1억 배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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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 너희들 봤나? 내가 한국 첫 1억 배우야

입력
2015.01.1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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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수 최고 흥행 주인공은 오달수

이경영·라미란·김원해·조진웅… 감초 역할 넘어 주연까지 넘나들어

흥행 영향력 확대로 출연료도 억대… 검증된 배우 적어 다작에는 부담도

국내 최고 흥행 배우는 누구일까. 출연작 수가 700편이 넘는 국내 최고 다작 배우 김지미? 1960, 70년대 최고의 흥행 배우로 540여편의 영화에 출연한 신성일? 아니면 연기 경력 57년의 안성기? 영화 산업의 매출 통계가 애초부터 투명했다면 아마 이들 중 한 명이 주인공이 됐을지 모른다.

공식 자료에 따른 관객수만 놓고 보면 영예의 주인공은 오달수다. 최근 영화 ‘국제시장’의 흥행 덕에 한국 최초로 누적 관객수 1억명을 돌파한 배우가 됐다. ‘괴물’(1,301만명)처럼 목소리로만 출연한 영화를 제외한 모든 출연작의 관객수를 모은 수치로 첫 영화 2002년 ‘해적, 디스코왕 되다’ 이후 40여편의 작품에 출연하며 이룬 성과다. 한국 배우 중 현재 가장 비싼 몸값을 자랑하는 흥행 배우 송강호가 아직 9,200만명 선인 것을 감안하면 대단한 성적이라 할 수 있다.

오달수의 1억 관객 돌파는 영화 흥행에서 조연 배우의 힘이 얼마나 큰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오달수는 ‘국제시장’에서도 영화 곳곳에서 웃음을 주며 1,000만 관객 흥행에 큰 역할을 담당했다. 그는 최근 2년 사이 ‘도둑들’부터 ‘7번방의 선물’ ‘변호인’ ‘국제시장’까지 4편의 1,000만 영화에 도움골 역할을 해냈다.

오달수
오달수

지난 한해 조연배우들의 활약은 대단했다. 출연작 관객수로만 치면 장진 사단 배우인 김원해가 ‘명량’ ‘해적: 바다로 간 산적’ ‘타짜-신의 손’ 등 6편의 영화로 3,336만 관객과 만나며 1위에 올랐다. 한두 장면에 그친 특별출연이 많았던 김원해와 달리 조진웅은 주연과 조연을 넘나들며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남겼다. ‘명량’과 ‘군도: 민란의 시대’ ‘끝까지 간다’ ‘우리는 형제입니다’에 몰린 2,680만 관객이 그의 활약을 지켜봤다.

다수의 유명 배우를 출연시키는 ‘멀티캐스팅’이 부쩍 늘고 조연 캐릭터가 영화의 흥행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면서 조연 배우들의 몸값도 오르고 있다. 조연 배우의 최고 출연료는 이미 2억원을 넘어섰다. 규모가 큰 상업영화에 자주 출연하는 조연 배우는 대체로 1억원 이상을 받는다. 최근 각광 받는 조연 배우라면 5,000만원에서 1억원 사이를 오간다. 같은 배우라도 제작비 규모와 출연 분량에 따라 출연료가 천차만별이지만 대작 영화일 경우 조연배우 3, 4명만으로도 캐스팅 비용에 5억원 안팎이 소요되는 셈이다. 극소수에 불과하지만 일부 조연 배우는 여느 주연 배우 이상의 수입을 올리기도 한다.

이경영
이경영
라미란
라미란
김원해
김원해
조진웅
조진웅

일부 인기 배우들에게 영화가 몰리다 보니 한 명의 조연배우가 동시에 여러 작품에 중복 출연하는 일도 다반사다. 최근 영화와 드라마를 넘나들며 ‘보스’ 캐릭터를 거의 전담하다시피 하는 이경영은 지난해 9편의 영화에 크고 작은 역할로 얼굴을 내비쳤다. 배성재 SBS 아나운서의 형인 배성우는 8편의 개봉작에 이름을 올렸다. 코믹 조연으로 주가 상승 중인 라미란은 최근 3개월간 4편의 영화를 선보였다.

제작사 대표 A씨는 “대중에게 얼굴이 많이 알려져 있고 맡은 역할을 확실히 해주는 안정성 때문에 이런 배우를 찾게 된다”며 “공급은 적은데 수요가 많다 보니 유명 조연 배우들에게 영화가 몰리고 배우들도 같은 연기를 반복하는 일이 많아진다”고 말했다. 배급사 관계자 B씨도 “제작 준비 단계에서 위험 요소를 줄이려면 인지도나 연기력 면에서 검증된 배우를 쓸 수밖에 없다”며 “이경영씨의 경우 그 나이에 주연 배우 이상의 카리스마와 무게감을 갖고 있는 배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계속 캐스팅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연 배우들의 잦은 출연에 관객이 식상함을 느끼는 만큼 배우들의 부담도 커진다. 조연 배우 C씨는 “친한 감독이나 제작자가 부탁하면 거절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다작 배우라는 이미지가 부담스럽기도 하고 비슷한 성격의 연기를 반복하는 것도 싫지만 작품을 가려서 출연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기 때문에 대부분 받아들이곤 한다”고 말했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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