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낚시터 입장·썰매 이용 등 외국인들 8000원만 내면 가능
내국인은 5배 이상 요금 지불해야 "우리가 돈줄이냐" 성토 줄이어
가평군 "관광객 유치 차원" 해명
회사원 김모(27)씨는 최근 여자 친구와 경기 가평에서 열리고 있는 ‘자라섬 씽씽 겨울축제’를 찾았다. 두 사람은 얼음낚시터 입장료로 1만3,000원씩 내고 송어 낚시를 했다. 낚시터 옆 회센터에서 한 마리에 2만5,000원 하는 송어구이도 사 먹었다. 그런데 뒤늦게 이 축제 홈페이지에서 외국인 관광객 입장료를 본 김씨는 불쾌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입장권 값이 내국인보다 터무니 없이 싼 데다 송어구이까지 공짜로 주고 있었던 것. 김씨는 15일 “바가지 쓴 느낌이 들어 기분이 엉망이 됐다”고 말했다.
홈페이지 설명을 보면 외국인은 한 사람 기준으로 8,000원만 내면 얼음낚시, 눈썰매, 얼음썰매를 모두 이용할 수 있다. 두 명에 한 마리 꼴로 송어구이를 무료로 제공하고, 낚싯대도 그냥 빌려준다. 내국인의 경우 이렇게 즐기려면 낚시터 입장료 1만3,000원, 눈썰매 7,000원, 얼음썰매 7,000원, 송어구이 반 마리 1만2,500원으로 모두 3만9,500원이 든다. 싸게는 3,000원부터 2만원까지 하는 낚싯대도 사야 한다. 외국인에 비해 거의 5배나 비싼 요금을 지불해야 하는 셈이다.
홈페이지에는 이 가격은 외국인 단체예약에만 적용된다고 설명해놓았다. 하지만 행사 주최측인 가평군에 전화로 문의한 결과 외국인이면 한 사람이 방문할 때도 할인을 받을 수 있었다. 가평군 관계자는 “3일 전 예약만 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주최 측에 대한 성토가 줄을 이었다. 한 이용자는 “전문 낚시꾼들이 송어를 쓸어 담는지 일반인들은 송어를 거의 잡지도 못하는데도 비싼 입장료를 받는다”며 “내국인들이 돈줄이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다른 이용자도 외국인 관광객과의 가격 차이를 지적하며 “대한민국 국민들은 어딜 가나 ‘호갱’(어수룩해 이용하기 좋은 고객)”이라고 불만을 표했다.
한국일보의 사실확인 요청에 가평군은 외국인 관광객 유치 차원에서 가격 차별정책을 펴는 건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가평군 관계자는 “한국 문화를 널리 알리자는 좋은 취지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책정한 것”이라며 “외국인 방문객 수가 많아야 하루 100~200명에 불과해 사실상 가격 혜택을 본 사람은 많지 않다”고 해명했다. 내국인 관광객에게 적용되는 낚시터 입장료가 1만3,000원으로 책정된 이유를 묻자 이 관계자는 “다른 지역 얼음낚시 축제와 비슷한 수준으로 책정했을 뿐 별다른 이유는 없다”고 답했다.
자라섬 씽씽 겨울축제는 가평군이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 경기도, 한국관광공사 등이 후원하는 겨울 축제로 2일 개막해 15일까지 2주간 52만여명이 몰렸다.
김민정기자 fac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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