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들이여, 여러분과 여러분의 아름다운 종교가 모욕 받고 차별 받아온 것에 대해 내가 오늘 얼마나 상처를 받았는지, 그대들이 알아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여러분을 사랑하고, 도와줄 수 백 만명의 프랑스 시민입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합시다.”
프랑스 유명 영화감독 뤽 베송(56)이 최근 발생한 ‘샤를리 에브도’ 테러 사건과 관련, 젊은 무슬림들에게 미안함을 표하고 용기를 북돋는 공개 편지를 보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3일 보도했다. 프랑스에서 태어났으면서도 사회ㆍ경제ㆍ문화적으로 차별당하고 소외감을 느껴온 젊은 무슬림들의 절망과 분노에 공감하고, 함께 문제를 치유하면서 테러리즘에 맞서자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뤽 베송은 ‘그랑 블루’, ‘레옹’ 등의 영화를 만든 감독 겸 제작자로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먼저 프랑스 사회 속에서 숱한 차별을 받으며 소외되어 왔던 젊은 무슬림들을 위로했다. 그는 “오늘날 프랑스 사회는 돈, 이윤, 차별정책, 인종차별에 기반하고, 일부 (이민자나 저소득층이 사는) 교외 지역에서 25세 이하 실업률이 50%나 된다”며 “당신들도 피부색이나 (아랍식) 이름 때문에 소외 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신들의 강인함, 활력, 유머, 우애 등은 잊혀졌다”며 “우리가 함께 이런 부당한 일, 불의를 고쳐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여러분이 하루에도 10번씩 되묻고, 비좁은 아파트에 모여 살아도 아무도 여러분을 대표해 주지 않는다”며 “누가 그런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겠습니까”라고 했다.
뤽 베송은 프랑스의 기업인과 정치인들에게 “경제란 사람을 위해 있는 것이고, 옳은 일을 하는 것이 이윤 추구보다 더 위대하다”며 “모욕 받아 오면서 그저 사회의 한 구성원이 되기를 요구 받았던 이 젊은이들을 돕자”고 제안했다.
그는 ‘무슬림 형제들’에게도 “테러리즘은 절대 이길 수 없다”며 테러와 급진주의에 반대하고 스스로 강해질 것을 호소했다. 그는 “칼라시니코프 소총이 아니라 일하고 공부하고 펜을 쥠으로써 사회를 바꿀 수 있다”며 “종교를 이용하는 급진주의와 손잡지 말고 스스로 힘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칼라시니코프 소총을 사려면 250유로나 들지만 펜은 3유로도 안 되지만, 총보다 1,000배나 큰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기독교인이든 무슬림이든 유대인이든, 우리는 다른 사람의 불행으로부터 자신의 행복을 만들 수 없다”며 “그건 이기적이고, 우리 사회와 지구를 막다른 벽으로 몰고 가는 행위다”라고 호소했다.
뤽 베송은 마지막으로 “내일이면 우리는 더 강해지고 더 연대하고 가까워질 것임을 약속하지만, 오늘은 당신들과 함께 눈물 흘린다”며 아픔을 함께 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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