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경제적 위기 대응할 사회안전망 절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경제적 위기 대응할 사회안전망 절실"

입력
2015.01.15 20:06
0 0

실직 등 생계 어려울 때 범죄 많아, 양성 평등의식 정착도 서둘러야

“아내, 자녀는 가장이나 부모의 소유물 아니다”

과도한 가족책임주의 탈피하고 사회적 안전망 구축해야

삶의 근원인 가족을 상대로 끔찍한 범죄가 벌어지는 일을 막으려면 가족 구성원을 소유물이 아닌 독립된 인격체로 대하는 인식의 전환과 훈련이 필요하다. 또 주로 경제적 위기가 가족범죄를 부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경제적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사회안전망 구축도 절실하다.

양성 평등의식의 정착은 건전한 가족 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출발점이다. 부부 관계가 평등해야 소통의 공감대가 형성돼 갈등 상황에서 극단적인 결정을 내릴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 서초동 세 모녀 살해 사건은 11억원대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었고, 통장에도 3억원이 들어있는 등 객관적으로 생활고가 심각하지는 않았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었다. 이에 대해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15일 “서초동 세 모녀 살인 사건을 일으킨 40대 가장의 가정은 충분한 대화가 이뤄진 것 같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남편이 평등의식을 갖고 부인과 자신의 어려운 상황에 대해 충분히 대화했다면 합리적인 대안을 도출해 참극을 면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녀의 삶을 자기 인생의 연장으로 보는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연대 의식도 개선될 필요가 있다. 보살핌을 넘어 자녀를 부모의 부속물로 간주하는 순간 부모가 자녀의 생명권을 박탈할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갖게 된다. 김문조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가족들이 내가 책임지고 떠맡아야 할 사람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나랑 똑같은 권리와 책임을 가진 인격체라는 수평적 가족관계가 자리잡으면 참극은 줄어들 것”이라고 조언했다.

제도적으로 사회안전망을 촘촘하게 구축하는 것도 가족범죄의 빈도를 줄일 수 있는 지름길이다. 암 등의 큰 병이나 이혼, 실직 등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에게 위기가 왔을 때 가족이 일순간 곤경에 빠지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김붕년 서울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외국도 40대 가장이 가장 경제적으로 취약하지만 내가 없어도 가족들이 사회안전망 속에서 충분히 살아갈 수 있다는 신뢰가 있는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이런 믿음이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가족 범죄 가해자들은 대부분 자신이 나락에 떨어질 경우 우리 사회가 나머지 가족구성원을 책임질 수 없다는 불신을 강하게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영미 동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극빈층이 아닌 중산층의 경우에도 실직 등 위기가 닥쳤을 때 친척에게 손을 벌리는 것 외에 마땅히 도움받을 곳이 없다”며 “일자리 연결 등 소득을 보장해 주는 한편 위기 가정을 심리적으로 보살펴주는 지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통적인 가족주의를 무조건 폄훼할 필요는 없다. 김붕년 교수는 “자살 위험에 노출되는 노인들이 버티는 것 등 우리나라를 지탱하는 것이 가족주의의 힘”이라고 말했다.

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장재진기자 blanc@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